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여행추천 가이드 모바일 앱 'Travel Q'의 개발

글: 김유정 연구원 (융대원 디지털융합전공 석사과정)

1. 연구 배경

“카메라는 여행자의 주요한 정체성 배지(badge)”라는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여행자들이 자신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유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봄직한 의문이 있을 것이다. 분명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것이 틀림없는데, 타인이 찍은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보다 훨씬 멋지다거나 기발하다거나 재미있다는 것이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필름이 아까워 똑같은 자세로 서서 셔터를 눌렀다면, 이제는 셔터를 누르는 것 정도는 디카나 스마트폰 용량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같은 장소에서 얼마나 더 멋진 사진 혹은 기발한 사진을 ‘인증’할 수 있느냐이다.

문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쉽게 알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리뷰 사이트나 책자에서 ‘베끼오 다리 옆 벤치에서 소녀 상과 함께 포즈를 취해서 찍어보세요’와 같은 팁이 가뭄에 콩나듯 나오기는 하지만, 일목요연하게 내가 가는 모든 곳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인 추천을 해주지는 못한다.

여행은 추억 만들기이고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에서 아주 중대한 사건이 된다. 어렵게 떠난 여행에서 추억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또,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행 추천 가이드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림 1] 크라우드 소싱 기반 마이크로 여행 추천 시스템 Travel Q 프로토타입

그래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제시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마이크로 여행 추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을 보며, 탐나는 순간들을 내가 따라할 수 있다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본 연구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여행자들이 촬영한 순간을 ‘퀘스트(quest)’ 형식으로 제공하여 마이크로 수준에서의 여행 활동을 추천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그림 1])을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실제로 여행의 맥락이 더 풍부해질 수 있는지 검증하고자 했다.

2. 연구 목표

1) 여행자들의 여행 활동 및 여행 중 사진촬영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2) 사용자들의 여행 사진의 공유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높이는 전략을 개발하여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3) 실제 사용자 조사를 통해 여행 경험이 향상되는지 검증하고자 했다.

3. 연구 내용

 디자인 전략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퀘스트와 퀘스트팩을 기반으로 하는 Travel Q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 Travel Q는 안드로이드 OS 4.1 젤리빈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구현되었다. 사용자들이 만든 콜렉션과 퀘스트 정보를 저장하거나 로드하기 위해 아마존 EC2 서버가 사용되었다. 페이스북 API를 활용하여 손쉬운 로그인과 콘텐츠 공유를 지원하였으며, 포스퀘어 API를 연동하여 디테일한 장소 입력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a) 퀘스트
퀘스트는 여행 경험의 단위로,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생성하며, 사진, 장소, 제목으로 구성된다. 사용자들은 퀘스트를 수행∙생성∙평가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각 퀘스트를 수행함으로써 더욱 모험적인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그림 3]).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원래 퀘스트 사진이 촬영됐던 장소를 방문하여, 같은 포즈를 취하거나 동일한 사물을 찾아 촬영하여 답변으로 업로드 하여야 한다. 업로드된 사진은 시스템 상의 사용자들의 평가를 거치게 되며, 3명 이상이 평가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성공∙실패가 결정된다.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카드 메타포를 적용하였다([그림 4]). 이에 따라, 카드의 앞면에는 사진과 장소, 지시사항 등이 나타나고, 뒷면에는 사용자의 정보가 나타나게 된다. 사용자가 퀘스트를 완수하게 되면, 카드에 자동으로 완료 스탬프가 생성된다. 




[그림 3] 퀘스트 생성 순서. 간단히 사진을 촬영하고 제목을 입력하면 등록 할 수 있다.

(b) 퀘스트팩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퀘스트를 큐레이트(curate)하여 퀘스트팩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할 수 있다. 퀘스트팩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퀘스트를 골라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제목을 정하면 된다. 퀘스트팩 역시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퀘스트팩에 있는 각 퀘스트를 수행하면, 자동적으로 해당 퀘스트팩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그림 4] 카드 메타포를 적용한 퀘스트 컨셉 시안


4. 연구 결과

Travel Q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실제 여행에서 해당 앱을 사용하는 평가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을 여행할 계획인 7명의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Travel Q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평가를 위한 범위는 인사동, 북촌 한옥 마을, 삼청동 일대로 한정하였다.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연구진들이 미리 40개의 퀘스트를 생성하여 시스템에 심어두었다.

 평가 참여자들은 10개 이상의 퀘스트를 만들고, 수행하고, 평가하도록 요청을 받았다. 또한 최소한 1개 이상의 퀘스트팩을 만들도록 하는 태스크도 요청했다. 평가 전에,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에게 프로토타입 사용법을 간략히 설명했다.

평가 후에 사후 인터뷰가 30분 동안 이뤄졌으며, 평가를 통해 총 122개의 퀘스트가 생성되었고, 그 중 73개가 수집, 68개가 평가되었다. 평가의 대표적인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 타인의 경험에 대한 전유(appropriation)

기존의 논문등에 따르면 전유(appropriation)에는 세 가지 양식이 있는데, 이는 재해석(reinterpretation), 각색(adaptation), 재발명(reinvention)이 있다. Travel Q의 사용 양상도 이 같은 세 가지 양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재해석은 단순히 의미론적(semantic) 관계만을 바꾸는 것으로 대부분의 퀘스트의 수행이 이에 속하게 된다.

각색의 경우에는 [그림 5]와 같이 사물의 의미론적인 관계와 사용을 바꾸는 것이다. 원래의 퀘스트는 ‘박물관에서 오래된 오르건 찍기’였지만, 자신이 스스로 그 오르건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촬영함으로써 관계와 사용을 바꾸는 경우이다. 재발명의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의미론적 관계, 사용, 구조까지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그림 6]의 경우에, 원래 퀘스트는 ‘츄러스를 찾아 찍기’였지만, 원래 퀘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바꿔 ‘에어비앤비 로고를 찾아라’로 바꾼 것이다. 이런 경우를 전유의 세번째 단계인 재발명으로 볼 수 있다.


 [그림 5] 각색(adaptation)의 사례



[그림 6] 재발명(reinvention)의 사례


(b) 여행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

퀘스트팩을 만드는 양식도 두 가지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1) 여행에 대한 요약이나 여행기 형태로 퀘스트팩을 만드는 경우와 2) 다양한 테마로 퀘스트를 엮어서 퀘스트팩을 만드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경우는 흔히 나타나는 패턴으로, 대표적으로 ‘한옥 마을 따라 17 퀘스트 완수하기’라는 퀘스트를 들 수가 있다. 두번째 경우, 퀘스트팩을 한 개 이상 만들어본 참가자들이 많았다. 어떤 참가자는 [그림 7]과 같이 ‘맛집 탐방 3선’,  ‘북촌 3경’,  ‘인사동에서 꼭 해봐야할 네가지’ 등과 같이 다양한 테마로 퀘스트팩을 만들며 여행을 회상했다.


[그림 7] 한 사용자가 테마에 따라 여행을 달리 회상하여 만든 퀘스트 팩

(c) 타인과의 연결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타인의 퀘스트를 평가함으로써 시스템상의 다른 사용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퀘스트와 퀘스트팩을 통해 같은 장소에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한 사용자의 경우, 자신이 만든 퀘스트와 타인이 만든 퀘스트를 엮어 새로운 퀘스트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사용자는 처음에 귀여운 얼굴이 새겨진 양말을 촬영해 퀘스트로 등록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올린 삼청동에서의 얼굴모양 간판과 사물을 보고 ‘삼청동에 숨겨진 여섯 개의 얼굴을 찾아라’라는 퀘스트팩을 만들게 되었다. 이처럼 타인과 자신의 경험을 엮어냄으로써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림 8] 자신과 타인의 퀘스트를 엮어 만든 퀘스트 팩

5. 앞으로의 연구계획

먼저, 초기 평가를 통해 나타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인 1) 동영상을 퀘스트로 등록하는 것 2) 지도 위에 퀘스트팩을 시각화하는 기능을 추가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개선을 바탕으로 보다 장기적이고 심도깊은 평가(evaluation) 단계가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여행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본 시스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검증할 수 있겠다. 


6. 글쓴이 소개

김유정 연구원 (tendtoyj@snu.ac.kr)
전공: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사용자경험연구실 석사과정
관심분야: User Experience, Travel, Mobile, L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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