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4일 수요일

최초 PET 발명자,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를 만나다

이번 '이달의인물 5문5답'에서는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를 만났다. 현재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컴퓨터단층찰영(CT), 자기공명 단층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개발한 그는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40년간 폭 넓고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여 한국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라고도 불린다.



조장희 박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


1. 안녕하세요 박사님?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세계적인 석학의 길을 걷다가, 융기원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융기원에 오기전에 저는, 외국에 오래 나가있었어요. 1962년에 스웨덴으로 가서,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10년을 있었고, 이후에 미국으로 가서 2006년까지 있었죠. 그 동안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미국에 간 후에는 UCLA에 있다가 콜롬비아 대학에 갔다가 UC 어바인 캠퍼스에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가천의대 뇌과학 연구소에 있었죠. 그렇게 연구를 하다가, 서울대에서 연구소를 하나 만들고 싶다고 해서 은퇴하고 서울대로 오게 되었어요. 사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을 했었는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님이 여기 남아서 같이 연구해보자 하셔서 융기원에 오게 되었어요.


2. 융기원에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융기원에서 하고싶은 연구는 14 Tesla MRI 연구에요. 제가 75년에 세계 최초로 한 연구가 PET였고, 우리나라에도 100대가 있죠. 80년대 초에는 당시 아주 초기 버전의 MRI 연구를 했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카이스트에서 MRI연구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세계적으로 2T를 최초로 했었고 7T는 외국 대학들과 서울대가 연합하여, 3개 대학이 함께 했죠.
  그렇게 연구를 하다보니, 2T(2.0 Tesla MRI)를 하고 나서는 7T를 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러다보니 14T도 될 것 같았어요. 과학이란 evolution이에요, 학문이란 진화하는 거죠. PET연구에서도 검출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60개였는데 지금은 12만개가 되었구요.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며 발전하는거죠. 연구를 하다보면 모르는 분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를 계속 공부해야 하고 또 해야할 것들이 생겨나는거에요.

  연구라는건 새로운 것을 하는거고, 남이 한 것은 의미가 없죠. 14T는 세계적인 프로젝트로,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 작은 학교에선 하기가 힘들다보니 서울대를 비롯한 규모가 큰 대학들이 연합해서 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융기원이 좋아요, 다른 대학들을 포용할 수 있고 그래서 연세대와 고려대와 손을 잡고 세계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걸 해보려고 해요. 융기원의 원래 목적이 그런지도 모르죠(웃음)

수많은 수상실적, 상패 앞의 조장희 박사


3. 전자공학에서 물리학으로, 또 의학으로 전공을 바꿔 연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물리 연구를 하고, CT 분야에서 방사선 의학을 연구하고, 뇌과학을 했으니까 흔히 사람들은 제가 전공을 여러번 바꿨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연구를 하다보니 넓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일을 하다보면 분야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돼요. 학문이라는건 시간이 가면서 바뀌죠. 그래서 제 전공도 많이 바뀌었어요.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검출기를 다루면서 전자공학이 필요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핵물리 검출기 연구를 하게 되었고, 미국에 오고 나니까 70년대 초에 핵물리를 반대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반핵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당시 미국 정부에서 이걸 순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핵물리의 평화적인 이용을 권장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때 UCLA에 가서 핵물리 분야의 의학 공부를 자연스레 하게 된거죠. 그렇게 연구되어 나온게 PET이고, 이게 핵물리이면서 의학이기 때문에 연구 성과물을 활용해서 MRI를 할 수 있게 되었고, MRI 기술로 사람들 뇌를 찍다보니까 뇌연구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뇌과학 분야에 오게 된거죠.

  지금은 거의 의사가 되다시피해서 뇌연구를 하고 있어요. 한 분야를 공부하다보면 다른분야로 자연스레 가게 돼요. 요새는 융합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사실상 연구라는 것 자체가 융합일 수 밖에 없는거죠. 연구하다보면 융합이 저절로 돼요.


4.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융합이란 연구를 하다보면 학문분야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이라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학문이 경계를 자연히 넘나들고 광범위한 학문 분야가 연계될 수 밖에 없죠.

  뇌를 알려면, 생물학적이고 생리학적인것을 알아야하고 어떻게 보는지도 알아야 하죠. 그래야 문제를 풀 수 있고, 그 속에 통계적이고 수학적인 것들이 연결되면서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게 돼요. 이게 가장 중요한 거에요. 학문의 세계에서는 두번째는 가치가 없으니, 여러가지 것들이 합쳐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어요.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해야할 것들이 많아요.

  외국의 큰 대학들에는 큰 연구소가 많이 있어요. 여기에서는 big science로 몇백명이 큰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남들이 할 수 없는 큰 결과물들이죠. 한국도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이에요. 우리는 자동차나 전자기기를 수출하며 사는 나라이니까,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과학기술이 대학에서 나와야해요.

대학은 big science를 연구해야하며, 거대한 과학이 있을 때 여러분야가 모여서 소위 융합연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회와 경제도 이끌어가는거죠. 이런 의미에서 융기원이 좋은 것은 융합을 육성하고 융합의 가치를 실현하려 하니까, 여러 학문들이 함께 어우러져도 어색하지 않다는거에요. 물리학, 공학, 컴퓨터, 뇌과학 등등의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에요.

최초의 PET 사진을 보며 설명하는 조장희 박사


5.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또 연구자로서 융대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75년의 PET연구, 이걸 제가 처음 연구했으니까 한국의 유력한 수상자로 노벨상이 거론되고 하는 거에요. 이제 30년이 지나서, 핵의학쪽에서 neroscience가 연구되고 있구요. 이렇게 과학 기술이 자꾸 발전하는 환경에서는, what’s the next?라는 생각을 하는게 필요해요.

예전에는 생각만 하고 실현되지 못했던 연구들이, 기술과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가능해지기 때문이에요. 제가 뇌를 연구하니까, 자주 드는 예가 있어요. 수학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뇌를 찍었을 때, 수학을 잘하는 학생의 뇌는 일상적으로 생활할 때와 차이가 별로 없어요. 사람이 정직하면 뇌를 덜 써요. 어떤 것에 마주했을 때 평소와 다른 것을 하려 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죠. 그래서 연구하는 사람은 뇌를 깨끗이 해야해요. honesty(솔직함,정직)가 중요하죠.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하려면, 세상 많은 다른 것에 신경을 분산시키지 말고 연구에만 몰두해야해요.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바보같이 연구만 해야하죠. 그게 중요해요.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바보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거죠.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를 하는 곳이 대학이죠. "왜 연구를 하냐?" - "Because I’m interested!"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를 해야하는 거에요. 저는 대학의 본연이 연구가 되고, 그 중심이 서울대가 되어 새로운 연구를 했으면 해요. 융기원은 그런 취지를 잘 갖췄으니,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이고 근본 취지를 잘 실현하게 돕는다면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겁니다.



※ 연구활동으로 바쁘신 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조장희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정리 : 지현수 기자 hyun_you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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