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7일 월요일

한국 최고의 식품공학 전문가, 식의약센터의 이기원 센터장을 만나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창발센터(이하 식의약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기원 교수를 만났다. 이기원 센터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였고, 건국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2012년 융기원 식의약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한 그는, 젊은 연구자로서 웰니스융복합기술을 연구하며 국내외 저명한 학술지에 연구성과를 올릴 뿐 아니라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BOBSNU의 대표로  '약콩두유',  '슈아드렌'과 같은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활약하고 있다.



▲이기원 센터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 창발센터)


1. 안녕하세요? 교수님! 최근 교수님께서 한국 최고의 식품공학 전문가로 불리시며 다양한 연구성과를 갖고 계시는데, 융기원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여정을 거쳐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서울대에서 식품공학으로 공부했어요. 그리고 서울대 약대에서 1년간 병역특례를 마무리하고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잠시하다가 2006년에 건국대 특성화 학부 생명공학과에 교수로 부임하게 되었어요.


당시 건대는 생명공학의 기초부터 임상 그리고 응용연구까지 경쟁력있는 융합학부를 만들기 위해서 전공을 불문하고 교내 연구업적이 가장 우수한 생명공학 연구자 10명과 교외에서 저명한 연구자 5명을 뽑아서 신설과를 만들었어요. 기존처럼 같은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니라, 생명공학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연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었고, 자신과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었지요.

  저는 식품분야 및 저의 연구분야에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저와 전공이 다른 분야의 연구자 그리고 해외의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해외 유수 대학의 다양한 연구자와 국제협력을 했었고,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이들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연구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일년 중에 거의 절반 정도를 외국에 나가 연구했었어요.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내어 2009년 12월에 건대에서 전체 교수 중에 연구업적 1위에게 시상되는 건국학술대상을 받았어요. 같은 날 자랑스런 건국인상 수상자가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님이셨는데, 산업공학을 전공하시고 대우자동차 임원으로 계시다가, 후에 생명공학 분야에 진출하셔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생명공학 회사를 만드신 분이라 매우 흥미가 있었지요.  또한, 그 당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로 계시던 안철수 박사님이 건국대 의대에 와서 세미나를 하셨어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닌 의사 출신이 컴퓨터 보안분야의 1등 기업을 만든다는 건 놀라운 도전이었죠. 그래서 저도 이런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2. 서울대 농생명공학부에 교수로 재직하시며, 융기원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 봄에 서울대에서 특채에 지원해 보라는 제안이 왔어요. 그 당시 서울대가 2011년 법인화를 대비하여, 분야를 불문하고 서울대에서 앞으로 필요한 분야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밀어보자는 취지에서 특별채용이 진행되었고  2011년 3월에 서울대로 부임하게 되었죠.


서울대로 소속을 옮기기 전, 저는 서울대에 옮기고자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했었고, 결국 서정진 회장이나 안철수 박사처럼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리더를 키워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옮기게 되었어요. 


  이를 위해서는 각 전공분야의 최고라고 자부하는 서울대 구성원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의 융합연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리더로서의 교육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을 되짚어보니, 외국과의 공동연구에서 좋았던 것은, 상대방과 경쟁하기보다 협력하고, 경쟁구도를 벗어나다 보니 더욱 놀랍고 파괴적인 연구를 할 수 있던 것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서울대를 선택했을 때부터 인간의 삶에 중요한 잘먹고 잘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이와 관련된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융기원에서 연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어요. 


  세계를 선도하는 “best of the best”의 창발적 인재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내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의지와 다양한 분야의 융합 그리고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저는 융기원에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 창발센터를 만들었고, ‘해외 유수의 대학인 스탠포드대학의 D school이나 MIT의 media lab처럼 개인의 연구보다는 공동체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발적인 인재를 키우고 연구하는 센터를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어요. 앞으로 융기원의 미래는 개별 기술도 중요하지만 융합을 통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혁신센터로서 기능이 중요할 것 같아요.



 
▲XO센터 센터장실에서

3. 교수님께서는 산업계와 학계를 넘나드는 성과를 내며 여러분야를 접목한 융합연구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주력하시는 연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가장 관심이 있는 건 '인간의 건강함'이에요. 영어로 표현하면 'Wellness'이죠. 이는 단순히 신체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말해요. 건강하게 태어나는 'well-borning'에서 부터 'well-growing, well-being, well-aging', 그리고 'well-dying'까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의지로 잘 사는 것이 곧 'wellness'인거죠. 이건 단순히 식품만 가지고, 혹은 운동만 가지고, 또는 교육이나 의료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융복합적인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죠.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가 모여 현재의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 혹은 소재가 필요하겠죠. 때문에, 연구주제는 다양한 학문 전반에 걸쳐있어요.
  저는 그 중심에서 학계에서 이뤄낸 연구 및 기술이 산업계와 분리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구하는 생명공학이란 분야는, 자연과학으로부터 얻은 과학적 결과를 응용해서 실제로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과 제품 그리고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그래서 저희 센터내에는 'Wellness'에 문제와 해결방안을 연구하기 위하여 기획팀, UX팀, 원천연구팀, 소재 및 제품 개발팀, 서비스 개발팀, 그리고 기술사업화 팀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어요. 현재까지는 'wellness'에 관련된 식품, 화장품, 기능성소재 외에도 영유아, 초등학생, 및 노인의 건강관리 및 6차산업 ICT 플랫폼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을 해왔고, 현재 상품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어요.


 
4.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이란 어떤 것인가요? 또, 센터장으로서 융기원에서 이루고 싶으신 목표, 혹은 계획을 갖고계시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연구자의 기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끈기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면에서 융합은 문제를 해결하는 필수적인 과정인 것이지요. 저는 한의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사람의 ’체질’이란 것을 유전체나 생활습관 데이터에 기반하여 자기에게 맞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융합기술을 연구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우리 한의학이 오랜 임상경험과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융합기술 및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세계적인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전공하는 식의학 유전체는 이러한 한의학적인 임상경험을 생명공학, 농업, 식품, 가공기술, 의약학 그리고 교육이나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Wellness 6차산업의 융합기술,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기본이 되는 연구 주제예요.

  저희 센터 이름이 길다 보니, 저희를 'XO(X to O)'센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XO는 Problem-Solving의 뜻을 가지고 있어요. 남들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고 하는 문제를 기존의 그 분야에 있던 사람들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새로운 시각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하면 새로운 해결방법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새롭게 찾는 것이죠. 마치 서정진 회장님이나 안철수 박사님처럼 관련된 분야의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문제를 본질을 찾아서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 것을 예로 들 수 있네요. 


  저 역시 서울대 교수로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방법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끊기 있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참여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리더를 배출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사회에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예요. 특히, 융기원은 대학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학습하고 연구한 결과물들을 “왜 현장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라는 도전 의식을 가지고 실제로 경기도에 다양한 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경기도를 발판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리더와 융합기술이 많이 개발되어 서울대와 경기도 모두에게 상생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아이디어가 샘솟는 창의적인 공간, XO센터의 이기원 센터장


5. 융합의 시대에서 융합학문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면, 연구자와 ‘융합’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창발적인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특히, 대학은 지금이 아니라 ‘차세대’에 해 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인재와 기술의 집합체여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가치 있는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는 것이 필수적이겠죠?


  가치 있는 문제는, 자기 혼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고 공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요. 요즘에 창조경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창조경제란 세상의 여러 문제를 서로 다른 분야 사람들이 고유한 전문성을 융합하여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결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미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결과물을 값싸게 잘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남이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융합이 필요하고, 융합 연구자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들을 설득해 나가는 능력이라고 봐요. 남을 설득하지 못하면 융합을 할 수 없죠. 


  그러려면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고 공감되는 것이어야 하겠죠. 융합학문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가치는 ACE일거에요. 혼자 잘하는 ACE가 아니라, Authenticity - Convergence - Emergence의 ACE이죠. 가치 있는 문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남을 설득하여 (융합)할 수 있을 때, 지금까지 남이 할 수 없었던 (창발)적인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거에요.




※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기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정리 : 지현수 기자 hyun_you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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