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9일 화요일

융기원 인턴을 계기로 연구자의 길로! ㅣ 허재은(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2015년 하계인턴에 참여한 허재은 학생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벌써 1년 전이 되어버린 작년 여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의 하계 인턴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화학공학 전공이지만 대학교 3학년 때 전자재료 과목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에서 저는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넓고(large-area) 유연하여(flexible) 입고다닐 수도 있거나(wearable) 혹은 투명하게(transparent) 만들어진 디스플레이가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반도체 소자는 디스플레이 기술 실현의 핵심이기 때문에, 반도체 소자 또한 같은 성질을 띄어야 합니다. 결국,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연한 반도체 소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전자소재에 대해 알아갈수록 스스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고 ‘내가 연구한 재료’를 반도체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꿈꾸며 전자소자에 매료되어 더 공부하고자 대학원 진학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의 인턴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연구자의 길이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지 판단하고자 인턴에 지원했고 같은 랩실의 신입생으로 와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지원 마감일 전날 밤에 모집공고를 보게 된 것이 마냥 우연 같지는 않습니다!

▲Nano Matrix Lab 5층 연구실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있는 저는 ‘나노계면-소재공정 연구실’에서 인턴생활을 하였습니다. 이곳은 나노 크기의 차세대 전자소자에 있는 계면과 전자소자를 제조하는 공정기술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나노 크기의 전자소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LCD의 픽셀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TFT, 메모리, 다이오드 같은 다양한 반도체소자,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는 압전소자, 전지 내부에 쓰이는 전극 및 전해질 등이 있고 이러한 소재는 여러 물질들의 접촉으로 인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들이 만나면서 생기는 접촉면을 ‘계면’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소재들을 연구하는 각각의 팀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TFT팀에 들어갔는데요, TFT란 박막트랜지스터(Thin film transistor, TFT)의 약자로 디스플레이의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의 전압을 껐다 켰다 하는 핵심 구동 소자입니다. TFT가 중요한 이유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지목되는 고해상도의 투명하고 유연한 저전력의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하여 TFT의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TFT가 투명하고 유연해지면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투명한 유리창이 디스플레이가 되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디스플레이를 구겨서 버리는 장면처럼 우리도 투명하고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만질 수 있게 됩니다.

▲<아이언맨>의 한 장면, 투명 디스플레이의 미래 (출처:LG이노텍 블로그)

아쉽게도 학부전공 특성상 전자소재에 익숙하지 않아 인턴 첫 날 첫 대외활동인 만큼 두근거리면서도 많이 긴장했습니다. 연구실 인턴 생활은 청소하고 실험을 보조하는 정도의 일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인턴이 아닌 마치 신입생처럼 TFT에 관해 먼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인턴 첫 주는 구글을 켜고 컴퓨터 앞에 앉아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가면서 디스플레이에 대해 알아갔고 TFT에 관한 공부를 마치고 제가 받은 것은 한 논문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논문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자면, TFT를 유연하기 만들기 위해서는 TFT의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기판에 유연한 물질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이 물질은 고온에서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박막으로 올리는 반도체 물질을 만드는데 높은 온도를 쓰기에 부적합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서 그릇이 150도에서 녹아 버리는 그릇을 써야 하는데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15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TFT의 반도체물질을 새로운 방식으로 합성하여 만드는 과정의 온도를 낮추는 논문을 똑같이 따라서 해보는 ‘재현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원리를 알고 바로 실험하니 팔다리가 아프고 바빴지만 책과 논문에서 원로만 보았던 이론이 눈앞에서 스스로 재현되고 만들어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그 순간은 연구자만이 아는 기쁨이라고 생각됩니다.

▲재현실험을 통해 만든 TFT소자

연구실에 계신 선배님들께서는 한 달 동안 배울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하셨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였지만 주변에 대학원생이 적은 관계로 잘 알지 못했던 저에게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의 인턴생활은 실험실 분위기와 연구실 생김새, 대학원생이 평소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연구 계획을 세우며 무슨 일을 하며 하루를 지내는 지를 직접 관찰하며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실에 사내학술연구 프로그램으로 계시는 연구원님들이 계셔서 점심시간마다 다같이 모여 밥을 먹으면서 대학원생들에게서는 직접 대학원의 장단점을 듣고 연구직에 계셨던 분들께서 알려주시는 회사생활은 돈을 주고도 얻기 힘든 유익한 정보들로 연구자로 진로 설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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