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간, 축축한 발걸음을 위로라도 하듯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융기원 웰니스창발센터 Companoid Labs의 장진규 박사가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의 2018년 판 등재가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마르퀴즈 후즈 후'는 세계적으로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인물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인물이 수록됩니다. 이러한 기쁜 소식을 기념하며 이달의 인물에서는 장진규 박사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Q1. 안녕하세요, 박사님에 대한 소개와 융기원과는 어떤 연을 가지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컴패노이드 랩스(Companoid Labs) 디렉터 장진규 박사라고 합니다. 저희 컴패노이드 랩스는 올해 초 저희 센터 내에서 제가 완전히 독립하여 세운 연구실로, 현재 융기원 내 웰니스창발센터에 독립적인 연구실 형태로 리서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융기원과의 인연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HCI Lab에서 랩장으로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박사를 거의 마칠 시점이었는데, 제가 전공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이하 HCI) 분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융합적 성격이 짙은 학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비전공자가 융합적인 관점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다음 행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박사 Dissertation topic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였기 때문에 해당 관점에서 연구나 기술사업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지요. 과거 닷컴 열풍이 일던 2000년대 초 스타트업을 3년간 하고 엑싯(Exit)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연구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융합기술원 웰니스창발센터에서 마침 이러한 분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포지션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연락을 취했고, 처음에는 웰니스창발센터의 HCI/UX 분과 파트장으로 포지션을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융기원 웰니스창발센터 내 XO Center에 대해 설명중인 장진규 박사(왼쪽)
저는 원래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요. 처음 했던 연구는 맥락 분석(Context analysis) 시스템에 기반한 맥락 중심 상호작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자 간에 포스트와 댓글, 좋아요 등의 상호작용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맥락 요소에 관해 연구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였죠.
과거의 소셜 미디어 시스템은 위치 정보를 태깅하는 것도 수동으로 했었는데, GPS 신호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걸 자동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때 사람들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제공하는 위치 정보를 그대로 태깅하기도 하지만, “푸근한 우리집" 과 같이 사용자가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위치 정보를 맥락화하여 만들어 태깅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객관의 주관화 라고나 할까요. 이것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려는 소셜 미디어 회사의 입장에서는 본래 원했던 방식으로 시스템에 정보가 쌓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운 일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사용자의 주관적 맥락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제 연구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활용될 수 있는 거의 모든 맥락에 대해 다루었는데 실험을 위해 아예 국내에서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소셜 미디어 중 하나였던 회사와 실제 환경을 구축해 진행했어요. 결과는 학회나 SCI 논문 등을 통해 학계에 보고하고, 실제 회사의 시스템 개선에 활용했죠.
또 하나의 주요 연구로는 자동화 된 비디오 편집 기술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동영상을 너무나 편하게 촬영하고 공유하잖아요. 스노우와 같은 카메라 앱들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고요.
이러한 서비스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손쉽게 편집해서 내가 경험하고 있거나, 혹은 내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스토리로 꾸밀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저는 특히 비디오에서의 장면 형식에 주목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떻게 장면을 편집하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전달력이 달라지는데, 이걸 개인화 비디오에서 자동으로 장면 형식을 편집해주면 사람들이 보다 쉽게 비디오 공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연구였습니다. 당시 이 연구는 Google로부터 Google Glass를 연구용으로 지원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연구 결과를 해외의 스타트업과 공유해서 실제 일상 생활을 24시간 촬영해서 자동으로 스토리를 엮어주는 기술이 있는 웨어러블 카메라를 만들기도 했죠(물론 지금은 망했지만!). 최근 미국의 핫한 기업인 스냅(Snap)이라는 회사가 스펙타클스(Spectacles)라는 안경형 비디오카메라를 출시하는 등 요즘 추세를 보면, 저의 연구가 기여했던 바가 적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연세대학교 HCI Lab 시절, 연구실 송년 모임에서의 장진규 박사(오른쪽 첫번째)
Q3. 그렇다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연구나 관심있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최근에 저는 그 동안 연구를 하면서 쭉 생각해오던 저만의 새로운 개념과 이론을 정립중에 있습니다. 바로 저희 랩스의 이름에도 포함된 Companoid Experience (이하 CX), 즉 사용자를 닮은 경험 이라는 개념인데요. 박사 졸업 주제이기도 하고 연세대학교 HCI Lab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운영하던 팀 이름도 이 개념의 워딩을 줄여서 COMEX라고 했었죠. 최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 분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나 인공지능 등 신산업군으로 대두되는 분야가 점차 사용자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 말인 즉슨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UX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현재의 UX는 그냥 쓰기 편하고, 조작이 쉽고, 심미적으로 우수하다는 이야기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미래 산업군에 적용될 UX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저는 미래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더 인간 생활의 핵심 영역에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미래 선도 기술들이 활용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같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 인식될 수준의 UX를 가져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데요. 이러한 차원에서 차세대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동반자를 닮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을 CX로 정의했습니다. CX는 그 정의와 속성을 설명함에 있어서 인간 간의 관계나 상호작용 원리를 주로 차용하고 있는데, 결국 저는 미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영화 ‘Her’의 사만다나 드라마 ‘Black Mirror 시즌2-1’의 인공인간과 같이 거의 인간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UX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CX에 관한 연구를 크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마이크로인터랙션(Micro-interaction)과 홈 로봇 분야의 로보페이스(Robo-face), 이렇게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어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등 관련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정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절한 인터랙션 기술로 사용자로 하여금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없어서는 안될 컴패니언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지속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홈 로봇 분야는 사용자가 단순히 로봇청소기와 같이 특정 목적성을 띈 행위 중심의 툴봇(Tool-bot)이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고 교감하는 이모봇(Emo-bot)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X는 이러한 중요성의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해주고 있고, 저희 랩스에서는 이 두 분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터랙션 기술에 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마이크로인터랙션 연구를 위해 장진규 박사가 만든
스마트워치 프로토타입(오른쪽)
Q4.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융합은 무엇인가요?
앞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봤는데, 결국 융합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많은 분야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거든요. 과거 로보틱스나 컴퓨터 사이언스의 학업 경험은 하다못해 제가 하는 연구의 실험을 설계하고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되고 있고, 심지어 1500여명 앞에서 런칭쇼 프레젠터로 3D 홀로그램 환경 안에서 홀로그램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큰 무대 경험이 평소 발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모든 경험은 여러 측면에서 융합적인 사고를 갖고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융합과 관련해서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저는 융합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 기본 전제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호 이해가 없이 모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융합을 하겠다고 그냥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우리는 융합 집단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전혀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제가 여러가지 경험에서 진심으로 확고하게 가진 신념인데, 기본적으로 개개인이 융합적인 사고와 식견을 가진다면 두 명만 모여도 융합은 충분히 됩니다. 그렇지 않은 개개인은 10명, 20명 모여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융합이에요.
융합은 호기심이에요. 그리고 저와 같은 박사들이 융합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그 호기심의 깊이가 깊어야 합니다. 저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HCI를 연구하면서 의학, 간호학, 심리치료학 등 여러 유관 분야의 논문들과 리포트들을 수도 없이 읽었고, 홈 로봇 분야를 연구하면서는 언어학이나 감정, 인지심리학 등의 자료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어요. 어떤 분야의 개념이나 원리는 그 논리성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고, 이것이 융합의 기초에 해당하는 ‘응용(application)’을 하기 위한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삼성전자 모바일 런칭쇼(1500명 VIP 대상)에서
장진규 박사(오른쪽)가 KBS 김기만 아나운서(왼쪽)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Q5. 융합을 하시는 박사님의 꿈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는 인간의 삶에 변화를 가져 올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꿈입니다. 이건 중학교때 부터 변하지 않는 꿈이었고, 원래는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공학자나 사업가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그 당시 생활기록부 기록에도 그런 꿈이었고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는 꿈이지만 이왕이면 10년내로 실현해서 꿈이 아닌 현실로 바꾸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후배들이 물어보는 것이,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였습니다. 저는 이를 위한 직업적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왜냐하면 저 역시 그러한 고민을 한 끝에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과거 스타트업 CEO로서 엑싯까지 한 경험도 있고, 여러 학업들을 경험하기도 했고(이를 위해 학교도 여러번 옮겼고), 또 3년 전부터 엔젤투자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과학자이자 연구자,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죠. 심지어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우리나라 시장이 작고 활성화가 활발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좋은 제안을 받아 해당 분야만을 엑셀러레이팅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igital Healthcare Partners, 이하 DHP)라는 엑셀러레이터에 투자하고 자문도 하고 있어요. 연구소에서 랩스를 운영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스타트업 자문이나 투자, 연구 협업 등을 하는 셈인데 모두 저의 꿈을 위한 일이고, 또 사명 의식을 가지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나 꿈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꿈은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주의자 인지는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라 하면 당장 떠오르는게 아이폰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제가 과연 이러한 수준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저도 확신할 수 없고 아직 막막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을 위해 제가 경험하고 해야 하는 일들은 아마 롤 모델조차 없는 일들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나는 OOO이 될 거야” 와 같이 직업 타이틀에 얽매이면 이런 일들은 할 수 없어요. 무언가에 있어서 하나쯤은 꿈을 위해 개척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꿈을 가지고 다양한 일과 연구를 하며 달려오신 장진규 박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열정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박사님의 좌우명이자 사명은 "오만함은 모두가 내 아래 있다는 착각이며, 자신감은 아무도 내 위에 없다는 믿음이다. 그 차이가 삶의 흥망을 가른다."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스스로 믿으며 연구에 정진하셔서 더욱 좋은 성과 거두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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