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원장 ▲
융합이야기 이달의 인물 5문 5답이 만난 주인공은 한국나노기술원(KANC, Korea Advanced Nano feb Center)에 새로 취임한 김희중 원장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입학 후, 카이스트(KAIST) 재료공학과 공학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 회장, 정책기획부장, 교육협력부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나노기술전문 위원, 그리고 지난 4월 한국나노기술원의 수장이 되기 까지. 언론에 드러난 김원장의 이력 뒤에 고스란히 녹아든 개인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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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친아’ 라는 신조어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엄친아의 삶을 살고 계셨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이 궁금합니다. 그때도 연구자의 꿈을 가지고 계셨는지요?
엄친아라.. 성적은 사실 2학년때 까지만 해도 반에서 4~5등 정도 밖에 못했다. 그때는 좀 놀았다. 진짜 잘놀았지. 그러다가 고 3때 10개월 정도 마음을 잡고 공부했다. 반에서 1등, 전교에서 이과 5등 안에 들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의대 진학을 권유 하셨다.
그러나 내 꿈은 엔지니어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화가 있다. 3학년 1학기 였다. 극장에 가면 영화 시작에 앞서 대한뉴스가 나오던 시절. 그 뉴스에서 500만평 규모의 포스코 제철소가 스크린을 가득 매웠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매료되어 그 곳의 제철소장 즉, 엔지니어가 되는 꿈을 품게 됐다. 당시 서울대에 진학한 선배들이 모교에 와서 학과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금속공학과'에 진학하면 된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결국 소신대로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금속공학과의 커트라인은 의예과와 맞먹었다. 희망 하던 대로 3학년때 포항제철에 실습도 갔다. 졸업을 하면 여기서 엔지니어를 해야겠다는 꿈은 그때도 변함이 없었다.
2. 그런데, 포항제철이 아닌 KIST 에서 35년을 계셨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한국나노기술원이네요. 홈그라운드 같은 곳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KIST에 3년만 있을 생각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서 학위 과정도 밟게되고 연구 과제도 수주해내고 승진도 빠르게 하다보니 3년이 35년이 되었다. 돌아보면 아주 재미있게 있었다.
나노기술원은 KIST 재직 시절 부터 인연이 있었다. 11년 전 내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프로젝트 수주와 설립에 기여 했다. 산파 역할을 한것이다. 운명이었는지 이 곳의 설립일인 12월 26일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평소에도 내심 애착이 컸다. 외적으로는 주변에서 수년 전 부터 연구기관장에 지원을 권유 했고, 마침 나노기술원의 상승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고 중흥기를 마련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철학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나는 “멋진 남자”의 인생 철학을 가지고 있다. 멋진 남자는 첫째로 자기 분야의 일을 열심히 하고 둘째로 이 분야에서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나의 정체성은 연구원이다. 연구원으로서 멋진 남자의 실천이란 연구 능력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중년으로 접어들며 연구 능력이 약화 되어 고민을 했었다.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구 외에도 행정 보직에서 두각을 나타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영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KIST에서 정책기획부장을 지냈고 국제협력 업무도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 감각을 체득했다. 한국나노기술원에서 다시 한번 인생철학을 실현할 자산을 마련 했다고 볼 수도 있다.
3. 한국나노기술원에 대한 원장님만의 소개가 궁금합니다.
이제 열살이다. 소년 처럼 한창 성장 중인 연구지원 기관이다. 나는 모범생이라 (웃음) 한국나노기술원의 영문 약자인 KANC (Korea Advanced Nano feb Center) 로 미리 준비한 4행시를 소개한다.
- Knowledge : 화합물 반도체 기반의 나노소자 제작에 관해 최고의 지식을 보유한 기관
- Action : 나노소자 제작 팹서비스 등 활발한 연구활동 즉, 액션이 일어나는 기관
- Network : 국내 기관 중 가장 많은 (7개) 이사기관을 보유했다. 해외 네트워크 강화
- Competitiveness :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 성장중인 소년시기다. 2023년 청년기에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가 이를 이루는데 역할 하길 바란다. 현재 그 일환으로 기술이전 시작하고 미국 반도체 연구 조합인 Sematech으로 부터 연구비를 수주하고 있다.
4.그렇다면 현재 나노기술원에 가장 필요한 것을 세가지 정도로 꼽는다면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 대표브랜드 : KANC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기관 만의 남다른 탁월한 장점. 즉, 들었을 때 바로 연상되는 세계적인 화합물반도체 소자기술을 한가지 이상 만들고 싶다.
- 자신감 있는 인재 : 사실 모든 조직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제일 훌륭한 사람은 “자랑 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 본인 스스로 자신의 분야에서는 누구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진취적 인재를 확보하고 싶다.
- 노후장비 개체를 위한 자금 : 나노소자는 계속 신기술이 나오는 치열한 분야이므로 장비의 수명이 짫다. 2,3년 내에 5년 이상된 장비들의 개체를 위한 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
5. 마지막으로 융합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융합(Convergence)이란, 재료공학에서는 둘 이상의 성분을 녹여 합금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좋은 합금이 되려면 서로 다른 두 성분간의 "화학적 친화력(Chemical Affinity)"이 좋아야 한다. 이와 같이 기술적 융합도 기술간의 화학적 친화력, 즉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융합의 실현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서로 다른 것이 섞여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것. 둘째는 작은 변화가 모여 서서히 확산 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융합이다.
전자는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 융합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후자는 삼성전자의 제품에서 발견 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예로 들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적으로 작은 개선들을 멈추지 않는다. 당장 혁신적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것들이 모여서 결국에 큰 변화를 낳는다고 본다. 점진적 융합의 예인 셈이다.
취재 및 정리: 김평화 기자 (융대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 frida.p.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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