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1일 토요일

"융합, 파이(π)형 인재를 길러야" 서봉원 융대원 신임교수를 만나다.



서봉원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신임 교수





주요 경력

Senior Research Scientist at Adobe

Research Scientist at Palo Alto Research Center (formerly Xerox PARC)

Ph.D, Computer Science.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
M.S., Computer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BSc, Computer Science and Statistics.  Seoul National University



Q1. 먼저 한국에서 컴퓨터 공학 분야를 공부 하시다가 미국에 나가 HCI를 전공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현 컴퓨터정보공학부) 89학번 이거든요, 오래됐죠. 사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너무 심각한 고민 없이 덥석 선택했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무얼 배우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으니까요 (웃음). 하지만 컴퓨터라는 분야에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고 시대적으로도 이공계를 선호하는 시점이었어요. 개인적 관심과 시대적 관심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이 학과로 진학하게 됬죠.

제대로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건 자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에도 한참 뒤인 29살 때예요. 병역특례제도로 소프트웨어회사에서 일 하면서 심도 있는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원래 하려던 건 소프트웨어공학 이었죠. 메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가 그 분야로 유명해 선택하게 됐죠. 하지만 막상 가서 공부하다 보니 Human Computer Interaction 이라는 학문이 너무 흥미로운 거예요. 소프트웨어공학보다 더 재미있는 분야를 발견하게 된 거죠. HCI라는 분야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98년이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나름대로 생긴지 10년 정도 되서 크지는 않지만 작은 학문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였죠.

박사과정에서는 이미지 매니지먼트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보편화된 디지털 카메라가 막 생기던 시절이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관리할지 고민하던 때였죠. 따라서 디지털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시간대 별로 관리해서 시각화 해보기도 하고 얼굴 인식 (Face detection)을 해서 사람 얼굴 별로 그룹화 해보기도 했죠.  



Q2. Palo Alto Research Center 와 Adobe. 교수님께서 일하셨던 연구소의 분위기와 진행했던 연구 분야를 들려주신다면?

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 연구소에서 만 6년이 좀 넘게 정보시각화 (Information Visualization) 연구를 했었죠. Xerox PARC의 연구원은 대부분 박사 출신으로 약 200명 정도 되는데 바이오, 재료공학, 소프트웨어 등 아주 다양하죠. 그런 사람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게 둬요. 각각 연구원이 직접 연구 계획을 제출해서 국가 펀드를 받으면 그 후에 독립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거죠.

Xerox는 복사기 회사지만 새로운 것, 참신한 것에 목숨을 걸어요. 그렇게 마우스, 이더넷, 레이져 프린터가 나온거죠. 유비쿼터스 컴퓨텅이란 용어까지도요. 그런 환경에 가치를 더 할 수 있는 연구가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침 위키피디아 자료가 있었어요. 이걸 연구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social computing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려다 보니 관련기술인 Big Data 연구도 하게 됐죠.

Adobe에서는 만 2년 정도 Information Visualization 과 Big Data를 했었죠. 대중들에게 Adobe는 보통 포토샵이나 플래시로 유명하죠. 사실 전 그런 툴을 잘 다룰 줄 모릅니다 (웃음). 그런 제가 Adobe에서 일하게 된 설명을 좀 해야겠네요.

실리콘 밸리에서는 “성장이 없으면 죽음이다.” 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하지만 포토샵은 올해 구매하고 내년에 다시 사는 프로덕트가 아니죠. 따라서 굉장히 안정적인 (추락하지 않지만 상승하지 않는)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성장에 대해 고민하다가 디지털 마케팅 즉, 온라인 광고 분야에 뛰어들게 된 거죠. 일단 기존에 그 분야를 하던 중소기업을 통째로 인수했구요. 그 후에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한 거죠.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Wal-Mart , Best Buy에 사용자가 들어오면 그들의 행동에 대해 ‘advanced analytics’ 를 제공하는 거죠. 그 안에서 Information Visualization 과 Big Data가 꼭 필요하게 되는 거죠.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Adobe 에서는 이 분야를 회사의 중장기 계획에 한 축으로 생각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Q3.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의 인연은?

2년 전 즈음 안철수 전 원장님께서 미국에 오셨을 때 만남이 결정적이었죠. 그전까지는 제가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 미국에 가기 전인 15년 전 버전이었어요. 저는 나이가 있는 편인데, 그런 상황에서는 학교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던 때였죠. 지금 한국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얼마전에 신임교수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더라고요 (웃음)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어요. 제가 일했던 PARC와 Adobe는 여름이면 늘 인턴 학생을 뽑거든요. 근데 그 학생 인턴을 보면 정말 소중한 자원 이예요. 왜냐면 회사니까 해야만 하는 일이나 방향성이 없지 않은데, 학생들과 함께하면 아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죠, 학생들도 그걸 원하고요. 그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제 논문들의 대부분은 그 학생들과 쓴 거예요. 그 학생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까 정말 재밌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함께하던 학생들이 모두 잘 됐죠. 위키피디아에 관한 연구를 같이 한 친구는 CMU(Carnegie Mellon University) 교수로, 페이스북 비주얼라이제이션을 했던 친구는 스탠포드(Stanford University)에서 교편을 잡았어요.



Q4. 디지털정보융합전공에서 이끌게 될 Human Centered Computing, HCC 랩을 소개해 주세요. 어떤 학생이 HCC 랩을 찾으면 좋을까요?

크게 보면 인간과 컴퓨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HCC는 기존의 HCI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HCI는 인간과 컴퓨터의 경계면을 다룬다면, HCC는 조금 더 인간 중심 즉 사람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요즘에 연구 동향을 보면 그런 부분으로 많이 가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HCC가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는 하나의 과 이름으로 자리 잡았죠.

제가 예전부터 가지는 생각이 있는데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제가 정말 원하는 건 “Work Hard”가 아니라 “Work Smart”예요. PARC에서도 배웠지만, 구글도 마찬가지죠. 구글이 자원이 남아서 사원들에게 20%의 시간을 다른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죠. 보통 일반적이면 그 20%를 놀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여유 시간을 어떻게 자신이 스마트하게 쓸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좋겠어요. 노는 것처럼 멍하게 앉아 있더라도 생각을 하는 사람, 엉뚱한 이야기라도 새롭거나 참신함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저는 그게 정말 좋아요. 길게 보면 그런 사람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더군요.



Q5.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이란?

HCI라는 용어의 창시자인 Stuart Card (전 Senior Research Fellow at Xerox PARC, 현 Stanford University 초빙교수)라는 분이 요즘 시대의 인재상에 대해 말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90년대에는 티자(T)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했어요. 일단 넓게 알고(ㅡ) 한 분야를 깊이 (I) 아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파이(π)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했죠. 이 부분이 융합과 맞닿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수학 기호 파이는 다리가 두 개죠. 다리의 길이는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 스스로 두 분야에 정통해야 한다는 거죠.

결국, 진정한 융합은 내재적 융합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시작은 컴퓨터 공학에서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소셜컴퓨팅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거죠. 요즘은 달라졌겠지만 제가 배우던 당시에 공대에서 아무도 소셜컴퓨팅을 가르쳐 주지 않았죠. 주워들은 이야기에서 시작한 거죠. 하지만 이게 어떻게 내가 하는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입국 후 개강 준비로 바쁘신 가운데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서봉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정리 : 김평화 기자 frida.p.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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