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6일 화요일

나노입자혁신 연구센터에서 길고 긴 방황의 세월을 끝마치다 ㅣ 박진경(인천대학교)

2015 동계인턴에 참여한 박진경 학생 (인천대학교 화학과)


화학을 전공하면서 나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던 적이 많았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여러 센터 중에서도 평소에 호기심이 있던 분야인 나노입자 혁신연구센터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처음 융기원 인턴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실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같이 고달픈 인턴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융기원에서의 첫날 역시 긴장한 탓에 머리가 지끈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나노입자 혁신연구센터에 계신 박원철 교수님을 비롯해 연구원들의 따듯한 환영에 어느새 두통과 걱정 모두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렇게 융기원 인턴생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던 나노입자혁신연구센터 모습
약 한 달간, 나는 근무했던 센터가 대학원내에 위치하고 있어  연구체험과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교의 대학원 체험을 모두 경험 할 수 있어 좋았다. 실험실에서 논문을 읽고 실험을 하며 보통의 대학원생이 보내는 일과를 체험할 수 있었다.

나노입자혁신연구센터는 나노입자에 대한 다양한 연구(나노재료화학, 전기화학(리튬 이차전지, 슈퍼커패시터, 전기화학센서))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인턴기간 동안 그래핀(Graphene)에 관해 중점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그래핀이란 오직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고 원자 두께를 가진 나노물질을 말하며 이것이 가지는 물리적 특성에는 높은 전기전도성, 열전도성, 넓은 표면적 등등 수많은 장점이 있어 차세대 ‘꿈의 신소재라’고도 불린다.

그래핀에 관해서는 전공 시간에 몇 번 들어 본적만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 물질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는 그래핀에 관한 여러 논문을 읽고 직접 이 물질을 합성해 보는 실험을 하였다. 실험을 시작하기 이전에 박원철 교수께서 실험을 위한 연구노트 작성의 중요성을 몇 차례나 강조하셨다. 다른 사람이 연구노트만 보고도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세세히 작성하고, 실험하는 동안 변동 사항이나 특이한 점이 있으면 역시 노트에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연구노트를 깔끔하게만 작성하려고 노력하다가 교수님께 노트가 더욱더 지저분(?) 해야 한다며 지적을 받았던 재미있는 일이 기억 난다. 

이 외에도 인턴기간 동안 Nano Particle 합성, Reverse Opal을 만들어 보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였다, 사실 학부과정에서도 실험은 여러 번 해 보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학부 과정의 실험과는 다르게 시약과 장비들이 셋팅 되어있지 않았고 또한 자기 주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적이 여러번 있었다. 무엇보다도 소량의 생성물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과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당장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위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과학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래핀 합성과정 중 원심분리 과정(왼쪽), 여과 과정(오른쪽)>

인턴기간 동안 가장 유익했던 시간은 아마도 일주일 동안 읽은 논문과 실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수님과 매주 미팅을 하고 PPT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에 같은 랩에서 근무하는 인턴 동기들과 머리를 맞대고 모르는 것을 함께 고민하였다. 이해가 도저히 안되는 것들은 선배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귀찮은 내색 한번 안 하시고 논문을 찾아가며 답을 알려주시던 열정적인 모습이 정말 인상에 남는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열심히 준비를 한 후, 회의실에서 랩에 계신 모든 분들이 모여 우리의 발표를 들어주셨다. 이 순간만큼은 평소에는 온화한 미소를 지니신 분들도 매우 진지하고 엄격해지셨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되었다. 심장이 철렁 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기이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100%를 발휘하지는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발표 끝에 선배들의 따끔한 충고와 따뜻한 조언은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본래 두 달이었다는 인턴 기간이 이번에는 한 달로 줄어 무척 아쉬웠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턴 생활 동안 얻은 값진 경험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오리엔테이션 날, 이번 인턴 생활이 꿈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융기원 원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4학년을 코앞에 두고 있던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단순히도 ‘나는 대학원, 연구 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단정 지어왔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이 분야에 대한 흥미를 찾았다. 나노 물질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져 인턴 종료 후에도 학교에서 관련과목을 수강하고 과학 잡지를 구독하기 시작하는 등 달라진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진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번 인턴 경험을 통해서 작은 경험이 내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융기원과 박원철 교수님께 너무 감사하다. 또한 같은 센터의 석, 박사 연구원분들, 인턴 동기들 모두다 나에게는 과분한 좋은 인연이었다. 2015년의 겨울 방학은 나의 대학 생활 중 가장 알차고 따뜻한 방학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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