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5일 월요일

프로게이머, 경제학, 그리고 UX ㅣ 이지명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2015년 하계인턴에 참여한 이지명 학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이번 나의 인턴생활에서는 작년에 실시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하 융대원) 하계인턴에 참여한 이지명학생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지명 학생의 인턴생활은 융대원 사용자경험랩(이중식 교수/UX랩/융기원 인문과기술연구센터)에서 이뤄졌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e-sports를 전공해서 게임선수생활을 해왔었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여 경제학을 전공했다. 자유로운 삶이 이끄는 자유로운 방향성은 나를 항상 도전하게 하였다. 경제학을 전공하며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균형이 이뤄지기에 개인이 효용을 얻기까지의 과정보다는 효용의 득실을 구하는 공부를 했었지만, 그 사용자가 효용을 느끼는 본질을 추구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경제학이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졌으나 사용자경험 연구실에서 인턴생활을 해보고자 결심하였다. 

무엇이든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총체적 경험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UX(User Experience)랩은 매우 흥미로웠다. 경제학적 수치의 논리성이 환산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각종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이 대중화됨에 따라 나의 하루 혹은 건강을 기록할 수 있는 일명 라이프로깅(Life-Logging)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우리의 삶은 많은 기술들 사이에 뒤섞여있었고, 그 뒤섞임의 형체는 사용자경험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바로 그 UX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UX랩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우리 인턴들이 한결같이 해온 말이 있었다. UX가 뭔지 아니? 라는 질문에 UX는 무엇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공부하자. 인턴생활을 마치고 나니 UX가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아직도 힘들지만, 대충 어떤 것인지 감은 잡힌다. 


▲한국 게임과학 고등학교 재학 시절 
랩은 어떤 곳일까. 어떤 재밌는 내용을 공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첫 출근을 기다렸다. UX랩은 기대이상으로 신선한 곳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밥보드가 나를 맞이 했고, 별의별 포스트잇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비치돼있었다연구실 선배들은 인문학, 컴퓨터공학, 디자인에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체격으로 ‘보스몹**’이라고 불릴 것 같이 보이는 교수님이 계셨다. 교수님은 진행되는 미팅에서 짧은 몇 마디 만으로도 내공을 뿜어내며 미팅을 휘어잡고 계셨다. 

**보스몹이란 게임에서 쓰이는 대장, 최고책임자를 뜻하는 보스(boss)와 몬스터를 지칭하는 몹의 합성어로, 해당 사냥터 또는 던젼의 가장 강력한 몬스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연구실에선 이제 막 새로운 헬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미팅을 시작하고 있었다. 개인들이 각종 웨어러블(ex. fitbit, misfit) 기기를 소유할 수 있게 된 시대에 이러한 정보를 대학병원과 연계함으로써 개인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PHR(Personal Health Record)이라고 부르는데, 박사과정, 석사과정 선배들의 현란하고 일목요연한 키노트들 사이에서 PHR에 대한 깊이있는 스터디가 진행되었다미팅에 처음 참여한 내가 보기에도 상당한 규모의 프로젝트로 느껴졌고, 깊이 있는 스터디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포스트잇으로 가득한 유엑스랩, 그리고 밥보드

1. 랩미팅 
1) 첫 미션: 자기소개

교수님은 대학원 선배들을 대해주시듯 우리 인턴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도록 많은 기회를 주셨다. 첫 미션은 자기소개였는데, 유엑스랩에서의 자기소개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고뇌에 빠지게 되었다. 어떤 틀도 주시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 고민이 되었다.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굴려가며 스토리라인을 짜려고 노력했다. 유엑스 입문자로서 쉽진 않았던 첫 미션을 수행하고 나니, 자신감도 붙고 다양한 미션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랩미팅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

2) 두번째 미션: 경험리서치

1주차 -  인턴생활의 첫주를 기록하라!
경험을 분석하기 위해선 우선 경험을 기록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기록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처음엔 정말 막막했다. 1주일을 보내는 우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하게 기록을 하려 했고, 지나고 보며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기록으로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신용카드 내역을 봐도 티머니 내역을 봐도 많은 것들이 내 삶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를 통해 언젠가 먼 훗날 모든 것이 기록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의료 유엑스를 공부하고 있는 선배들을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신체기록을 기록하려고 시도하였던 내 도전은 의도만이 빛났다. 다른 인턴 동기들의 자기소개도 흥미로웠다.  웹브라우져 방문 내역을 통해 1주일간의 자신의 삶을 데이터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 훌륭하게 미션을 성공했다.


▲다크서클 로그를 통해 본 나의 인턴생활 첫주!


2주차 - 애플워치와의 일주일을 기록하라!
내가 평소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순간순간의 경험들을 캡쳐하여 삶을 기록하려고 노력했던 태도가 이번 미션에서 빛을 발했다. 3일간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기기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이 스마트워치를 통하여 내 삶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스마트폰과는 어떤 식으로 연동하는지 보완과 대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념을 스마트워치를 분석하는데 적용해본 것이다. 쉽게 설명한다면 보완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는 스마트폰과 더해져 시너지를 내는 기능들을 분류한 것이었고, 대체의 카테고리에는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는 기능들을 중복으로 제시한다는 의미로 분류하였다. 대체/보완 및 능동/수동 그리고 사용빈도의 추세로 미루어보아 나는 애플워치를 통해 수동적(Passive)으로 아이폰을 대체(Alternative) 하는 것을 경험하였다고 표현하였다
▲애플워치는 수동적으로 아이폰을 대체한다는 인사이트를 도출

3주차- 카카오택시 경험을 기록하라!
인턴생활이 반쯤 지나갈 무렵 본격적으로 O2O서비스**에 대한 저니맵을 그렸고, 쉴 새 없이 두뇌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그 순간 사고는 조금씩 확장됐다. 택시서비스가 인간의 서비스에서 시스템의 서비스가 되어가는 흐름을 짚어낼 수 있었다. 저니맵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시간은 인지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지적 시간이 사용자 경험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O2O 서비스란 Online to Offline이란 뜻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들을 말한다. 온라인에서 택시를 예약하고 직접 오프라인에서 택시를 타고 이용하는 카카오택시의 경우는 O2O서비스의 예시로 볼 수 있다. 


2. 헬스 프로젝트 참여 
UX라는 하나의 넓은 그릇에서 다양한 전공의 선배들이 융합해내는 에너지는 상당했다. 실제로 헬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암재활 환자들의 운동량을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고무 밴드 (세라밴드) 와 흡연자들의 흡연량을 트래킹하는 라이터 케이스를 디자인하는 것에도 참여했다. 세라밴드에 아두이노와 자기장센서를 이용하여 운동량을 트래킹하는 부분에서 학부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전공한 박사과정 형의 회로와 코딩실력이 빛을 발했고, 라이터케이스는 디자인을 전공한 석사과정 누나의 디자인이 빛을 발했다.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 되며 분당서울대병원에 가서 병원과 업체, 그리고 연구소 식구들이 가서 프로젝트 회의를 어깨너머로 보고 들으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가 스터디하던 내용이 의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되며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간 공부했던 UX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암재활 고무밴드 (세라밴드)프로토타입
배움의 연속이었다. 모두들 항상 한발자국, 두발자국 더 생각하는 사고과정을 지니고 있었고, 강하게 말하면 뇌를 쥐어짜는 훈련이었고, 끝없는 두뇌 마라톤을 달렸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좋은 도식을 만들어내고, 피피티와 키노트의 끊임없는 연속이었다.

내겐 너무도 소중했고, 배움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배운 UX는 학교와 사회의 경계선에 있는 내게,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스킬이자 철학이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알려준 교수님과 선배님들에게 그리고 같이 공부한 인턴들까지 모두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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