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2일 월요일

청각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_이상국 학생을 만나다

따뜻한 봄을 맞아 훈훈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융대원 지능형 융합전공의 이상국 학생과 그의 팀원들이 서울대 창업경진대회를 비롯한 인하대 주최의 해커톤, 미래창조과학부의 X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필수 수업인 ‘융합과학기술기론’의 팀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봄날에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이상국 학생의 연구실을 찾아, 그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상국 학생(융대원 지능형 융합전공 석박통합과정)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슈퍼챌린지 해커톤에서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융대원 지능형 융합전공 석박통합과정 이상국이라고 합니다. 먼저, 인터뷰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 저희 팀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안경’이라는 아이디어로 슈퍼챌린지 해커톤을 비롯하여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현재는 스마트안경의 기술성, 사업성을 더욱 구체화 시키고 있는 단계입니다.

  저는 대학원에 오기 전에 학원 강사를 했었고, 이후에 방위산업체에서 레이더시스템을 다루다가 교육사업도 했었어요. 저 자체가 지방 출신이다보니 교육 불평등 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그걸 해소하고자 이런 저런 사업을 했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구요.

  현재의 아이디어는 융대원 수업 중에 ‘융합과학기술개론’이라는 수업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당시 이중식 교수님이 수업을 담당하셨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팀 프로젝트를 제안하라고 하셨었죠. 사실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도 사명도 없었지만 세상에 필요한 기술이고 이런 기술을 이용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려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원래 첫째 주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었는데,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 하다보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방향을 전환했어요.

  저희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 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에요. 사람들이 ‘좋은 일 하네, 사줄게’하는 사업이 아니라 정말 기술력도 뛰어나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일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저는 대학원에 오기 전에도 사업을 여러번 시도 했었는데, 그 때에는 ‘사업’이라기보다 ‘자선’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벽에 자꾸 부딪히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저 혼자, 혹은 팀원들과 함께 우리끼리 신나서 사업을 했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단순히 기술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깊이 사고하고 싶어서 대학원을 선택하게 되었죠.

 ▲수상내역을 설명하는 이상국 학생

2. 현재 전공하신 학문의 특성을 살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안경’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끌기까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핵공학을 전공했어요. 제가 전공한 학문의 공학적 특성도 살리고, 기술적으로 좀 더 깊어지고자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구요. 저의 최종 목표는 다양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에요.
  융합학문은 한가지만 파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라 기술과 철학 등 많은 것이 필요해요.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문학, 경영학, 사용자 조사, 디자인, 고객 평가, UX(User Experience)와 같이 다양한 것들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 자체도 여러 학문을 공부했고,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팀원들을 만나서 기술력을 더하다보니 ‘좋은 일을 하자’던 초기 생각을 진전시켜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2014년에 융합과학기술개론 수업을 수강한 이후, 한 가지 주제를 계속 발전시켰고 첫 성과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최하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 X 프로젝트’ 장애인을 위한 사물인터넷 분야 연구팀으로 최종 선정되었어요. 저희 팀은 드물게 교수님의 도움 없이 선정된 최종 2팀 중 1팀이기도 해요. (웃음) 그 이후에는 저희 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의 ‘2016 S.M.A.R.T 창업경진대회’에서 기술기반부문 대상(산업통상부장관상)을 받았구요, 가장 최근에는 인하대의 ‘2016 슈퍼 챌린지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이렇게 저희는 아이디어를 단순히 학문적으로 융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어요. 그래서 저도 연구만 하는게 아니라,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요. 청각장애인들을 도우려면 진짜로 그들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희 팀엔 실제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고 있는 2급 청각장애인 친구가 있고, 이 친구가 앞으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 안경을 만들 때에 수화통역사로 역할해 줄 거에요. 다른 팀원으로 청각장애인센터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친구도 있어서 청각장애인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죠.

  저희는 이렇게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 현실과 닿아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어요.

 ▲스마트안경 프로토타입을 착용한 이상국 학생

3. 팀원들과 협력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여러 학문이 융합되나요?

  저희의 아이디어 자체가 ‘스마트안경’이다보니까, 그 속에는 물리적인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모두 들어가야 해요. 사람이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지적 특성들도 반영되어야 하구요. 그래서 다양한 기술과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해요. 어떤 부분은 특히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중요성을 잘 못 느낄지 몰라도 디바이스 제작 측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구요.

  저희 팀원들은 다양한 백그라운드로, 자신들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먼저, 음성인식과 머신러닝을 담당하는 팀원들이 있구요. 이를 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자연어 처리와 기계번역을 담당하는 팀원이 있어요. ‘안경’이라는 실제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해서 신소재, 광학부분을 전담하는 팀원이 있고 디바이스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도록 알루니늄, 금속 증착을 통해 유리를 작게 만드는 일을 담당해주는 친구도 있죠.

  저희는 현재 증강현실에 대한 것을 광학적으로 소형화 시키고 안경을 썼을때 눈 앞의 사물과 기계번역된 영상이 동시에 보여질 수 있는 증강안경을 프로토타입까지 완성한 상태에요.
  저희가 만든 스마트 안경의 원리가 음성을 인식하고 이를 처리해서 안경을 썼을때 눈 앞에 영상이 보여질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딥러닝이나 기계번역, 소프트웨어와 같은 알고리즘들이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하죠.

 ▲팀원들과 연구실에서

4. ‘융합’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융합이란 ‘사람’인 것 같아요. 다같이 할 수 있었던 것도, 각자 하고 싶은게 뚜렷하게 있었고 모여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냥 대학원도 아니고, 굳이 ‘융대원’까지 왔다는 것은 각자 뜻이 있고 하고 싶은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가 각자의 것을 존중하고, 이 일을 하려면 필요한 것들을 위해 함께하는 가치를 가지고 작업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또, 융합은 사람이에요. 각자가 가진 장점을 한 방향으로 모아가는 것이죠. 어떤 가치로 모여 어떤 일을 하게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가치’가 결국 융합학문을 이끌어 가는 지향점이 될 것이고, 그것을 위해 하는 일이 자연스레 ‘융합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 과정이 필수적이기도 하죠.

  사실 지금까지 한국 수화에 대한 기술이나 기계번역은 관심을 받아오지 못한 부문이에요. 한국 수화로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도, 해외 학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거든요. 그렇지만 저희는 그래서 '한국 수화를 더 열심히’ 연구하려고 해요.
  ‘말소리를 기계로 번역해서 눈 앞에 보여준다’ 라는 개념은 별거 아니지만, 아무도 하고 있지 않고요. 또, 막상 하려 하면 쉽지 않은 것이죠. 하다 못해 ‘내가 아니면 아무도 안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이게 융합의 정도가 심하고, 사업화 하기도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한 일이에요. 모아서 이끌고 가야하는 일이죠.

 ▲스마트 안경으로 구현된 증강현실 영상 (가운데 글자)

5. 융합연구를 하면서 느낀점과 앞으로의 다짐을 듣고 싶습니다. 

  요즘 필요한 제품이나 생활에 가까운 것들은 모두 융합적인 것들이죠. 사실, 아이디어는 간단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게 융합된 것들이에요. 우리가 일상에서 시청하는 TV 하나도 융합적인걸요.

  연구가 연구를 위한 연구로 끝나지 않고,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기술로 발전시키는데 어려운 점 중 하나로,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느껴져요. 세상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저희 청년세대는 끝없이 달려가고, 경쟁해야하는 세대이고 사회적으로 기회를 가지기가 어렵기도 해서, 스스로 투자해야 하는 것들이 어려워요. 숨 돌릴 틈이 없어서, 고민 자체를 많이 하지 않게 되는게 꿈을 꾸기 힘든 사회와도 연관되는거 같아요. 가치 있는 세상을 꿈꾸는데,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서 꿈을 꾸기 힘든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계속 노력할거에요. 세상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져서 착한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그렇게 상생하는 세상을 만드는게 제 목표거든요.




취재 및 정리: 지현수 기자(hyun_you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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