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인턴 프로그램 3기 김성택 학생 |
어릴 때의 저는 책만 보면서 골똘히 상상하기보다는, 직접 오감을 이용해 체험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교과목보다도 오감을 통해 직접 자연현상을 분석하는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실험을 할 때 물질의 변화무쌍함을 보이는 화학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내 화학동아리에서 활동하였으며 교내학우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대학 교과과정의 유기화학, 일반화학을 익혀 올림피아드에도 출전하는 등 심도 있는 공부를 해왔습니다. 또한 인천시 북부교육청 주관 계산고 화학영재학급에서는 대표로 RnE 활동에도 참여하여 삼육대 교수님과 함께 ‘과일껍질을 이용한 금속입자의 환원’을 주제로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연구를 끝마친 뒤에는 인천시 내에 있는 영재학급 학생들과 함께 그간 성과에 대해 발표하여 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계기가 되어 재료를 연구하는 전문연구원이 되고자 결심하게 되었고, 이후 화학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어 현재 경희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하여 재료과학 연구원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저의 바램과는 달리 상당히 원론적인 내용에만 집중하여 학습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최신의 기술들이 각지에서 우후죽순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공 책을 받아들이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머리에 단편적 지식만으로 가득한 ‘똑똑한 바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는 전공 내용을 토대로 직접 연구에 참여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주관하는 ‘경기대학생 인턴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이라면 나중에 연구원이 되어 어떤 일을 할지, 또 제 자신이 나중에 어떤 연구 분야에 참여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겨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실험기구들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처음 1주일 동안은 연구실 분위기를 익히고 따로 교육받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연구실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융기원에서 자체적으로 특강을 개설하여 실험실 안전교육과 기타 예절 등을 배웠습니다. 실험실 안전교육은 대학교에서도 실험수업을 들을 때 실시되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듣기 때문에 넘겨듣는 경우가 많은데 특강에서는 학생들이 모여서 ‘일어날법한 일’과 ‘일어났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해주어 이해가 쉽고 빠르게 되었으며, 이후에도 실험실 내에 큰 사고가 안 일어나게끔 하는데 테두리를 잘 잡아주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은나노 입자 기반의 잉크
제가 소속한 곳은 박원철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전기화학 에너지저장 재료혁신 연구실’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인턴을 시작한 후로 처음한 일은 석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분들께서 나눠주신 논문을 보고 제가 참여할 실험에 대한 개요를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주로 가졌습니다. 1주차까지는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주로 가졌으며 그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실험 실습을 하였습니다.
나름 영어논문을 반복해서 읽으며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였다고 자부하였지만, 실험기구의 명칭이나, 처리방법, 쓰임새 등에 관해서는 숙달되지 않아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학교공부만이 전부인양 생각하여 실험을 하는 것을 쉽게 생각했던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아연막대에 도포된 rGO
처음에는 은 나노 입자 기반의 잉크합성, 그 다음 주에는 아연막대에 그래핀옥사이드를 환원시켜 임의의 모양을 가진 그래핀을 합성하는 실험, 그 다음 주에는 그래핀-황 화합물을 폴리아닐린으로 코팅하는 실험 등 매주 다른 여러 실험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약품이름도 잘 모르고 헤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융기원에서 배부해준 실험일지를 작성하며 실험에 대한 내용을 완벽히 숙달하려 노력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서도 능숙하게 실험을 진행해 나가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워크샵 사진
또한 교수님의 배려로 인턴쉽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실험뿐 아니라 정기적인 랩미팅, 다른 외국 학교학생들과의 협력 심포지움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여기서는 대학원생들이 주로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소개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는 시간인데, 제가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걸 이런 자리에 나감으로써 다른 사람들은 어떤 연구를 진행 중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발표 뒤에는 교수님의 피드백과 다른 대학원생들의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는데, 위 시간을 통해서 실험을 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 자리에 임하는 석박사분들의 열의를 엿볼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2달간의 실험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던 포스터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과 랩미팅에 참여해보고, 주기적으로 브라운백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통해서 최신 기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으며, 활동 끝으로는 2달간 실험한 내용에 대한 포스터를 작성하여 발표하는 등 대학교육에서는 맛보기 힘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서 가장 보람 있던 점은 이론이 아닌 실제 연구에 참여했다는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쓴맛을 모르는 사람은 단맛도 모른다’는 독일 속담이 있듯이 이번 활동에 참여한 인턴 모두에게 이번 인턴쉽 프로그램은 연구원이 되고자하는 길이 어떨지 ‘맛’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원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경기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은 그 ‘맛’을 보여주는데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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