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인도 학생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ITC(정보통신기술)는 무엇일까?



작성자Shadia

<그림 1> 서울대 글로벌 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샤디아 팀

2011년부터 매년 겨울마다 인도 웨스트벵갈 지역에 기술교육 봉사활동을 해온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중식교수 연구실의 'Technology Underserved 프로젝트'가 서울대학교 글로벌 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Shadia(이하 샤디아)은 지난 3월 국제협력본부에서 열렸던 경쟁 발표에서 20팀 중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3월 말에는 서울대 글로벌 봉사단 결과발표회에서 열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좋은 평가였다. 이 프로젝트의 어떤 점이 이런 평가를 만들어냈을까?

인도로 떠난 샤디아(Shadia) 팀의 고민

샤디아는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샤(Sha)’와 인도(India)의 ‘dia’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이중식 교수(융합과학부 디지털정보융합전공)의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과 정보문화학 전공 학부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샤디아는 정보, 기술 소외(technology underserved)로 인해 교육을 잘 받지 못하고 빈곤의 재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 웨스트 뱅갈 지역 여학생 및 청각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적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Project for Technology Underserved”을 진행하였다. 웨스트벵갈 지역은 인도 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이며, 정보통신기술이 거의 보급되어 있지 않다.

<그림 2> 샤디아 팀이 봉사하러 간 곳의 위치

맞춤형 적정기술 개발을 위한 2차례의 현지조사가 2011, 2012년에 진행되었으며 특히 2012년의 조사에서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IDEO에서 개발한 HCD(Human Centered Design) 조사방법론과 이중식 교수의 사용자경험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사용자조사 방법론을 재구성해 심층조사를 진행하였다.

샤디아팀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더 많은 능력자들의 기여를 추구하기 위해 핵심 인원을 제외하고 매년 팀을 새롭게 결성하고 있다. 2012 10월 모집을 통해 만들어진 Shadia 2013팀은 이전의 조사들의 결과를 토대로 약 5개월간 인도 학생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정보통신기술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현지에 맞는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수업기자재가 부족한 교실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인 ‘IT in a box (IT박스)’와 가정 내 열악한 공부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접이식 책상 ‘스터디폴’ 그리고 학생들에게 시간관리개념을 알려주기 위한 ‘타임보드’ 이 3가지 솔루션을 개발하여 2013 2월에 비행기에 올랐고, 약 일주일간의 보급 및 평가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2011, 2012년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돌아왔나?

<그림 3> 프로젝트 개요

본 프로젝트의 주제 분야는 ICT4D이다. ICT4D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for Development의 약자로 개발도상국을 위한 정보통신 기술과 그 보급을 말한다. ICT4D는 어느 정도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국가들 즉, 자생적 발전을 위한 교육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단계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이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는 진정한 해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샤디아팀이 초점을 맞춘 것은 단순히 기자재를 들고 가서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상황과 문화, 사회에 맞게 IT 사용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제공하고 정보를 습득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지속적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교육과 학습 격차, 여성 문제, 장애 문제를 맞춤형 적정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그들의 삶의 모습을 먼저 관찰하고 조사했다. 다음 그림은 두 차례의 조사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림 4> 조사 프로세스

프로젝트의 대상 학교는 결핵치료단체에서 시작되어 인도 웨스트벵갈 지역 최대 NGO로 성장한 SHIS(Southern Health Improvement Samity)에서 운영하는 여자중학교와 청각장애학교이다.

샤디아팀은 2012년 조사에서 현지 청각장애학교와 여학교의 선생님과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 및 가정방문을 진행하여 인도의 일반 가정의 경제적 상황, 생활 패턴 등 문화를 파악하였다. 2차 조사를 통해 인도 학생들이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강한 것에 비해 돈, 시간, 장소, 기자재 등의 여건은 턱없이 열악한 상황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에게 컴퓨터 사용능력은 그들의 진로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였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기 보급보다는 그들 상황에 맞춤형해결방안이 요구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5> 조사 결과 요약


2013년 샤디아의 도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유동적으로 움직여라!”

 5개월 간의 여정은 그리 짧지 않았다. 2012 조사자료 및 국내외 관련 프로젝트 연구, HCD 방법론 스터디, 아이디어 워크샵, 아이디어 마켓 그리고 10회가 넘는 수정 제작과정……. 반복되는 조사와 아이디어 회의, 개발과정을 통해 IT 박스, 스터디폴, 타임보드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졌다.

<그림 6> IT in a Box

최종적으로 개발된IT박스는 저전력 프로젝터, 배터리, 넷북과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커리큘럼 수행을 위한 add-ons(USB 현미경, 스캐너, makeymakey, 웹캠 등)도 하나의 박스 안에 함께 넣었다. 한국의 학생들은 시설이 좋은 학교에서 편안히 공부하며 필요할 때는 과학실, 미술실, 음악실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교과목별 교실을 쉽게 이용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칠판, 책상, 의자조차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인도의 교실환경 속에서 인도학생들은 이러한 것을 상상조차 못한다. 이 작은 IT 박스에 우리는 과학실도, 미술실도, 음악실도 담아가기로 했다. AR을 활용한 원소의 세계를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도체/부도체 실험을 게임과 함께 할 수 있으며, 웹캠을 이용해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여주며 말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과학, 예술 그리고 청각장애교육 등 총 6가지 분야의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박스에 넣은 것이다. 현지에 도착한 샤디아팀은 박스 사용 교육 및 현지 사용성 분석을 진행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뿐만이 아니었다. 뜨거운 열정과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생님들은 기대이상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샤디아팀과 함께 박스 개선에 동참했다. 컴퓨터를 켜고 웹캠을 사용하는 방법 등 어느 하나 놓치려 하지 않으셨고 교사 교육 이후 직접 박스를 이용한 수업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셨다. 게다가 우리가 준비해간 커리큘럼 외에도 지리수업의 지역 map 이미지 활용방안, 언어교육을 위한 디지털 사전 활용 등의 새로운 박스 활용법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시기도 하였다.

스터디폴의 제작 및 보급 과정은 한마디로 역경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도면까지 제공해 주문해둔 목재가 현지 파업으로 전혀 제작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도에 도착한 직후 우리는 일종의 멘붕상태에 직면하였다. 원래의 계획은 현지 도착 후 조립만 하여 현지에 보급할 예정이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직접 목재소에 가서 나무를 주문하여 들고 왔으며 팀원 전원이 사포와 톱, , 망치를 들고 새벽까지 땀 흘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파업이 오히려 스터디폴 보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있었다. 한국에서 주문했던 책상의 형태는 총 3가지로 WINDOW TYPE, FRAME TYPE, LAP TYPE이었는데 이 세 대안은 현지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모두 하나씩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한국에서 개발한 설계와는 조금 다른 형태 즉, 세가지 형태의 장점을 모두 합하여 하나의 결과물이 도출되었다.



<그림 7> 스터디폴 완제품

<그림 8> 스터디폴 제작 과정 (대학신문 credit)

스터디폴 제작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공부공간이 확보되지 않고 전기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인도의 가정환경을 고려하여 높이 조절, () 개방적, 가림판, 접이식의 형식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현지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디자인한 책상을 밤을 새가며 만들었다. 샤디아팀의 손과 마음으로 만든 스터디폴이 무사히 제작되어 마음으로15명의 아이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였다. 아이들은 스터디폴로 인해 자신만의 공부공간이 생겼으며 USB충전식 LED 조명으로 밤에도 공부할 수 있게됐다.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으며 부모님들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땀 흘려 만든 책상이 그들의 손에 전해져 그들의 삶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샤디아팀은 진정 가슴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타임보드는 시간 계획을 위한 보드로서 하루, 한달, 인생전체의 시간개념 및 시간관리를 도와주려는 목적에서 개발하였다. 자신이 오늘 할 일을 직접 계획하고, 인생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기대이상의 시간개념 및 인생계획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하였으나 직업의 종류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그들의 꿈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안타까운 측면도 있었다.


현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곧 또 만나요!”

우리가 개발해 간 솔루션들에 대한 학생과 가족, 선생님들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그들은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우리의 프로젝트는 완벽하지 않았고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월 현지방문을 통해 우리의 개발과정에서 간과했던 부분, 보충해야 할 부분을 깨달았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3년간의 경험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현지인이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통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캠페인의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진행될 때, 현지인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도로를 닦고 돌아가는 단기 봉사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도우러 가는 것이라는 점을 언제나 되새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정기술 제품을 보급한 후 그 후의 지원(컨텐츠 개발, 고장, 사용법에 있어 도움을 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

<그림 9> 샤디아 2013

샤디아팀이 다른 봉사활동 팀보다 열정이 뛰어나거나 성과가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샤디아팀은 현지인과 좀 더 대화하려 했고, 그들의 실제 생활에서부터 답을 찾으려 했다. 떠나오는 버스에서 현지 기관장이 한 마디 말을 건넸다. “연락 자주 할게요. 곧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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