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1일 수요일

[이달의 인물 5문 5답]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 원장을 만나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1. 안녕하세요, 수원 시정 연구원장 직을 맡으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원장님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크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시민운동을 했었죠. 시민운동을 약 20년 이상 했지요. 우리나라 초창기 시민운동부터 함께했는데, 대표적으로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참여 연대를 창립해 활동했었습니다. 연구자로서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그 연구를 접목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고 볼 수 있지요. 

대학 시절로 돌아가 보면 정치학 그중에서도 한국 정치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 후에 시민운동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되었죠. 그러면서 연구자로서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론만 연구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정치 현장이나 풀뿌리 현장에서 제도가 어떻게 정착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실용적 관점에 대해 관찰하고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풀뿌리 단계의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치화 분권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어요. 정치개혁과 자치활동 쪽으로 활동가의 삶을 살게 된 거지요.

내가 연구하고 공부한 것들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삶을 살았던 것이 현재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 연구원에서 진행되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초 자치단체가 직접 필요로 하는 문제를 연구의 분야로 다루고 있습니다. 
수원은 인구 120만을 바라보는 큰 도시예요. 그런데도 행정을 함에서는 인구 5만 혹은 20만의 작은 군 및 중소 도시와 똑같은 법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유아원 옷을 입고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초자치 단체지만 120만 인구가 넘는 광역급 대도시에 맞는 정책을 집행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원시의 장기적이고 창의적 미래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Think Tank]  지요. 

구체적 연구 활동은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이루어집니다. 

첫째. 기본 연구 
연구진들이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수원시와 관련된 분야를 일상적으로 연구합니다. 현재 이러한 연구를 위해 수원시에 맞는 기초 연구 자료를 수집 중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문제에 대해 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사회지표들이 필요한데 현재 나와 있는 것들은 광역시 단위까지만을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래서 저희들은 수원의 미래상을 위해 장기적 연구를 위해 필요한 기초 자료를 연구하고 있지요. 현재는 수원시와 같은 광역급의 기초 자치 단체는 어떻게 행정구조를 가져가야 하는가, 수원시를 위한 공공 디자인 모델에 대한 기초 연구등이 진행 중입니다.

둘째. 수탁연구 
과거에 수원시의 필요로 학교나 기관에 외부적으로 의뢰를 주었던 연구를 수원시와 협의를 통해 전달 받아 연구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원은 전통 시장이 아주 유명하지요. 그런데 대형 상점이 입점 하기 시작했어요. 그에 따른 전통 시장의 피해 현황 및 활성화를 위한 대책 연구를 하지요. 과거에는 이런 것들을 외부 기관에 맡겼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원을 잘 모르는 분들이 진행하게 되는데, 우리는 수원에 자리 잡고 정책만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니까 수원시에 맞게 시민에게 가깝게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지요. 현재는 9개의 수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셋째. 현황과제 
장기적 연구보다 단기간의 현황 과제에 대해서 짧게 리포트를 작성하는 연구도 진행합니다. 



3. 기초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연구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연구나 운영에 있어 선행 사례가 없어 개척해 나가는데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신가요?  

어렵습니다. 기초 자체 단체의 연구 기관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해 벤치 마킹할 곳이 없지요. 이제 저희들이 어떻게 일을 해 나가는지가 후에 벤치마킹의 사례가 될텐데 이 점에 대해 고민하며 어려움의 답을 보려 합니다. 성남, 창원시와 같이 인구 100만이 넘어 가는 시가 향후에 연구소를 만들어 나갈텐데 그때 우리를 바라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했다는 말을 들을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것 하나하나가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초행길을 잘 닦아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좀 더 현실 적인 어려움들을 말해 볼까요. 저희는 수원시가 출연을 해서 만든 연구소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운영되어 모든 부분에 재정을 쏟아 부을 수가 없지요. 이에 따라 연구 인력도 제한되어 있어 모든 분야를 골고루 연구하고 싶지만 한 분야에 치중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모든 분야를 골고루 충원하고, 중요한 분야를 추가로 충원하고자 계획 중이지만 현재는 그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연구 네트워크의 구축입니다. 수원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학 (경기대, 경희대, 아주대, 성균관대 등)과 MOU를 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그러면 대학의 연구원들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겠지요. 넓게는 경기도에 수원을 연구하는 학자들까지 네트워크를 넓혀 필요한 경우에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4. 화재를 바꾸어 융합이야기를 해볼게요. 원장님께서 생각하는 "융합"이란 무엇인지요? 

지금 우리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연구의 성격이 바로 융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책 제안 위한 연구를 하게 되면 다양한 분야가 연계되기 때문에 수탁 과제를 받게 되는 경우 연구 책임자 한 명이 있기는 하지만 같이 팀을 이뤄 일하는 연구원들은 다양한 분야에 배경을 두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까 내부에서 연구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융합적인 연구를 하게 되는 환경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석 이희승 (一石 李熙昇) 선생이 계셨지요. 그분은 국어학자지만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셨어요. 대학 재학 시절에 그 분이 은퇴하시면서 마련한 고별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은 제너럴 리스트(generalist) 였다. 우리가 공부할 당시 대한민국은 학문의 초창기였기에 때문에 전공분야를 두고 있지만, 그 외에도 모든 것을 두루 익혀야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 사회가 학문의 안정기에 접어들어 정착 되었기 때문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필요하다.” 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그렇게 한 분야에 깊이를 가진 전문가의 시대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학제간 혹은 융합 연구 시대가 도래했지요. 이제는 제너럴 리스트이자 스페셜 리스트인 인재가 필요해진 시대지요. 이것이 현재 융합 연구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형에서 발아한 연구들이 꽃을 피우면 연구의 폭도 넓어지고, 성과도 풍성해지겠지요.



5. 앞으로 연구원에서 이루고자 하는 계획이나 포부를 세 가지 정도로 말씀해 주신다면?

먼저 개인적 바람을 이야기 하며 시작하고자 합니다. 제 임기가 3년 입니다. 연구 기관이라는게 만들어져서 정착 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요. 그래서 재임중에는 지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뚜렷한 업적을 세운다는 욕심보다는  기초를 충실히 다지는데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기적으로 연구가 잘 꽃피울 수 있도록 좋은 토양을 마련해 놓는 거지요. 따라서 올해 1년은 밑그림을 잘 그리는 해입니다. 내년은 이 밑 그림을 바탕으로 기둥을 잘 세우는 해가 될 거예요. 마지막 3년 째는 거기에 지붕을 올리는 거죠. 그렇게 해 놓고 떠나고 나면 후에 어떤 분이 오더라도 그 안에서 연구를 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한 연구 방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세 가지로 가져가려 합니다.

첫째: 수원시와 시민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구 
수원시가 필요로 하는 정책들을 즉각 제공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시민들의 삶의 현장과 밀착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안된 정책이 수원시민들의 삶에 바로 연결될 수 있지요.

둘째 : 연구원들의 역량 발휘를 위한 환경 조성 
연구는 결국 돈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연구원들이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셋째 : 연구를 통한 수원시의 정체성 강화 
수원시와 시민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수원의 연구 방향을 잡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수원의 정체성이 확실히 드러나게 할 계획입니다.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10년 뒤, 20년 뒤, 100년 뒤에도 “수원에 사는 사람은 다른 시보다도 참 행복하더라.” 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시를 만들고자 합니다.

※ 지난 2013년 3월에 개원한 수원시정연구원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A동 11층에 입주해 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손혁재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정리 : 김평화 기자 frida.p.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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