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0일 화요일

새로운 에너지 전환시스템으로의 도전 | 나노융합전공 박준우 학생

  이번에 소개할 '나의 인턴생활'은 나노융합전공 융합 소재 공정 연구실(김연상 교수)에서 석-박사 통합과정 3학기를 마친 박준우학생의 '전자부품연구원(KETI)'에서의 인턴생활 이야기 이다.



글 : 박준우 학생 (나노융합전공 융합 소재 공정 연구실)



전자부품연구원과의 인연은 우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권순형 연구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작년 겨울 권순형 연구원이 연구하던 electro wetting 연구의 연장선에서, 물의 고체 표면과의 접촉각 변화가 전력을 생산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권순형 연구원이 가진 경험과 추진력이 물리학을 전공한 내분야의 분석 방법과 함께한다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과정에서 에너지 관련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압전소자(역학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소자)를 연구하던 터에, 김연상 교수와 권순형 연구원의 배려로 재미있는 연구에 합류 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12월 새로 발견한 현상의 모델링을 위한 이론 설계 작업을 시작하고, 2013년 1월부터 8주간 전자부품연구원에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하였다. 전자부품연구원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편안했다. 내가 10여 년간 살아온 분당에 위치(분당구 야탑동)해 있다는 점도 그랬고, 연구원 뒤로는 사설 공원묘지 시설인 분당 메모리얼 파크, 앞으로는 성남 예비군훈련장이 있어 연구에 방해받지 않고 조용하게 지낼 수 있었다.

전자부품연구원 전경 모습

족구장, 간이 골프연습장, 농구장, 헬스장 등 운동시설이 많았고 야탑천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있다는 점도 좋았다. 사실 2달이란 기간 동안 실험실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전자부품연구원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기가 조심스러워 진다. 인턴을 하기 전까지 전자부품연구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전국의 많은 연구소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더불어 야탑동이라는 수도권의 좋은 지리적 조건과 훌륭한 연구 실적에 비해 연구원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아쉬웠다.

타 연구소의 상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학부 졸업생,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이 위촉연구원으로서 전자부품연구원의 책임, 선임연구원과 일종의 팀을 이루어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주로 책임, 선임 연구원의 실험에 대한 개괄적 지시 하에 위촉연구원이 실질적인 실험을 진행하는 듯이 보였는데, 장단점이 있겠지만, 속도감 있는 연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직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부품연구원에서 소자를 직접 만들고 구성된 실험기기들로 전기적 특성평가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초기에 발견한 현상을 진일보 시켜, 빗물과 같이 물방울이 흐르는 경우 또는 파도가 치거나 수위 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소자 구조를 디자인하고 특성을 평가하였다.

정렬된 전기 이중층
원리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액체가 고체 표면과 만났을 때 고체 표면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표면 전하, 내부 극성에 의해 액체 쪽 계면에 이온과 물 분자가 정렬하게 된다. 이때 이온과 물 분자가 정렬된 전기 층을 역학적으로 변형(물의 흐름)시켜주면 손쉽게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된다. 만족할 만한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 권순형 연구원, 그리고 양영준 학생과 나는 함께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수도 없이 소자를 만들고 측정하고 토론했던 기억들이 있다. 잊을 수 없는 2013년 겨울의 추억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쓰는 논문이라 전자부품연구원의 박사들과 얘기하면서 논문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다. 대부분 산업 현장과 연구에서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직접적인 조언 뿐만 아니라 연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다. 인턴이 끝난 지금도 한 달에 한번 도움을 주신 전자부품연구원의 박사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가지는 것으로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소는 연구를 대하는 그 성격에서, 기업과 대학의 연구실 사이 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그러한 중간자적 위치 때문에 직접적인 연구 성과를 얻어야 할 뿐 아니라 시장의 동향, 대기업의 의중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한다는 면에서 전자부품연구원 분명 ‘연구소'로서 쉽게 정의될 수 없을 것이다. 최고의 기술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기술은 사회에 의해 정치 경제학적으로 선택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연구소의 경험은 연구를 바라보는 상이한 관점들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자부품연구원 3층 실험실 공간을 채웠던 열정에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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