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다이나믹한 모션캡쳐 스튜디오에서의 경험_디지털 휴먼 연구 센터의 인턴생활 | 성균관대학교 임성은


글: 임성은 학생(디지털 휴먼 연구 센터)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셔틀버스 창밖으로 바라보았던 건물이 있었다. 멋있게 우뚝 서있는 저 건물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하고 검색해 보게 되었고, 그렇게 우연히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알게 되어 지원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꿈꿔오던 인턴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들뜨고 벅찼던 첫 출근, 이때는 사소한 일들이 모두 신기하기만 했다. 대학생 인턴이라는 타이틀, 처음 만져본 세콤 카드, 내가 근무하게 될 사무실, 그리고 정확히 세어져있는 한 달 치 식권까지. 너무나도 기분 좋은 설렘으로 기억된다.

디지털 휴먼 연구 센터 2013 하계인턴 임성은

내가 근무했던 곳은 융기원 지하1층에 위치한 ‘모션 캡쳐 스튜디오’이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서툴지만, 7월 초의 내 모습과 비교해 보면 정말 배운 것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데이터를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모션 캡쳐 후에 일차적으로 나온 값들은 몸에 붙여놓은 35개의 마커들이 갖고 있는 x축, y축, z축에 해당하는 크고 광범위한 값들이라서 보기 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나는 이 값들의 유의미한 부분들만 추려내서 표준화 한 다음 삼차원 그래프로 그려내는 일을 맡았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이공계 학생에게는 필수인 MATLAB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법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평소 컴퓨터그래픽스에 관심이 있었던 내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절호의 기회였다. 

실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 관계자가 스튜디오에서 그 다음 주에 방영될 애니메이션을 촬영해 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각자의 연구를 위한 모션 캡쳐를 직접 실험해 가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로봇의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해 로봇의 모션을 캡쳐 하기도 하고, 개인에게 맞는 효율적인 테니스 라켓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설계 중인 대학원생들이 라켓을 바꾸어가며 테니스를 칠 때의 동작을 분석하기도 했다. 운동기구를 사용할 때의 근육을 분석하기위한 촬영도 있었는데, 헬스트레이너가 100kg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촬영한 적도 있었다.

테니스 촬영을 할 때에는 행여나 세게 친 공이 벽에 튕겨져 나가서 고가의 적외선 카메라를 맞출까 조마조마하며 연구원들과 공을 사수하기 위해 뛰어다닌 적도 있었다. 또, 카메라에 연결하는 10여개의 케이블 선들이 스튜디오 천장에서 내려오는데 새로운 촬영을 할 때 마다 그 선들을 다시 세팅을 하곤 했다. 새로운 촬영이 있었던 어느 날, 고소공포증이 있는 한 연구원이 10m에 이르는 천장을 타고 올라가 선을 새로 정리하는 동안 땀이 비가 되어 떨어졌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모션 캡쳐 스튜디오

 촬영이 여러 가지로 많았기 때문에, 근무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원생들이 하는 연구를 보면서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 식견을 넓힐 수 있었고, 대학원에도 관심이 있던 나는 대학원생의 일과를 직접 듣고 일부분 함께하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도 구체적으로 해볼 수 있었다. 연구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귀여운 고등학생들과 함께 했던 청소년 스쿨이었다. 모션캡쳐 스튜디오는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몸에 마커를 붙이고 촬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마커를 붙여 줄 때에는 서로 민망해지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기 때문에 나는 여학생들의 몸에 마커를 붙이는 일을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여학생들이 나에게 영어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대학은 어떻게 하면 잘 가는 건지 물어보기도 하였다. 친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고 인턴으로써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촬영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매우 적극적이었는데 신이 나서 셔플댄스를 추거나 막춤을 추는 학생도 있었다. 이날 만큼은 한바탕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3 하계인턴 친구들과 함께
 점점 줄어드는 식권을 바라보며, 동기들은 방학 중에 공부하면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데 나만 제자리인건 아닌지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금새 내가 정말 값진 경험을 하고 있고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 때 동경하던 건물 안에 들어와 보리라 생각했던 작은 꿈을 이루었고, 이곳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을 많은 것들을 배워간다는 점이 내게 큰 성취감을 주었다.

 또한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끈기 없는 내가 매일 같이 9시까지 출근하고 6시까지 자리를 지킨 것을 보면 나의 약점을 극복한 것이라  매우 뿌듯하다. 길 것만 같던 8주가 막바지에 이를수록 더욱더 빨리 흘러갔던 것 같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기서 얻어가는 모든 것들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탄탄한 기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도 소중한 인연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의욕을 가지고 해본 일은 모두 미래의 자신에게 도움이 됩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2달간 성실하게 살았던 만큼 우리 모두 다 성장했길 바라고 앞으로도 더욱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 만났으면 좋겠다. 인턴생활에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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