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31일 토요일

포스트휴먼 사회의 인간을 그려보다 - Internship at SK UX/HCI Lab | 유지형 학생


글: 유지형 학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지난 12월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타작마당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커다란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만든 공간에 감돌던 어색한 분위기는 잠깐이었고, 모인 이들이 하나 둘씩 입을 열며 이윽고 뜨거운 토론의 열기가 공간을 채워갔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전공과 각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다.

우리는 Human 3.0이란 프로젝트로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조금은 거창해 보일 수도 있는 제목의 이 프로젝트는 인문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 간의 이해와 융합적인 사고 방식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미래의 인간상과 사회상을 탐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Human 3.0 프로젝트에 모인 구성원들
Human 3.0이란 프로젝트는 SK UX/HCI Lab에서 진행하고 있다. SK UX/HCI Lab은 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에 속해 있는 조직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리서치 인턴으로 참여하였다. SK UX/HCI Lab에선 수많은 그리고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끊임 없이 만들어진다. 내가 참여한 Human 3.0 프로젝트 또한 그 중 하나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지원한 가장 큰 동기는 바로 '다양성'이다. 디지털정보융합을 전공하는 나를 포함하여, 외교학, 철학, 생화학, 미술 등 실로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학생뿐만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직업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어우러졌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모여 앉아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소속된 융합과학기술대학원보다도 더 융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 관리자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이 연구원 자격으로 프로젝트에 합류하였다. 서울대학교 치의대 김홍기 교수,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김명석 교수, 아트센터 나비 최재원 큐레이터 등이 중심이 되어 멘토 역할을 맡았고 연구원들은 개별 과제와 연구를 수행했다.

내가 발표한 '기술과 미식(Technology and Gastronomy)'에 관한 이미지 컷

Human 3.0 프로젝트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종합적 비판 의식을 토대로 과학기술 진보를 위한 수렴적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원들은 주마다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주마다 정보 통신 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환경 기술(Environmental Technology), 생명 공학 기술(Biotechnology) 등의 대주제 안에서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팀을 구성하여 관심 있는 소주제에 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관심 분야는 정말 다양했다. 정보 통신 기술 분야에서는 가상 현실에서의 윤리적 문제들, 가상 공간에서의 아이덴티티, 소유의 전환, 비트 코인(Bitcoin), 사생활 침해,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의 소주제가 있었고, 생명 공학 기술 분야에서는 줄기 세포와 관련한 범죄자의 DNA, 합성 생물학, 개인화된 약, 사이보그와 윤리, 기술과 미식 등의 소주제로 구성되었다. 매주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구성원들의 입에서는 의미 있는 통찰들이 전해져 나왔다. 

열린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가는T BUFFET

타작마당은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평적으로 만나 같이 배우고 의견을 나누며 융합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기회의 마당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타작마당이라는 공간에서는 Human 3.0 프로젝트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데, T BUFFET 또한 타작마당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T BUFFET에는 매주 기발하고 참신한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며 Creator's Night 등과 같은 이벤트들이 같이 진행된다. Human 3.0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그 공간에서 진행되는 T BUFFET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매주 다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주제에 관해 또는 주제에 근접한 또 다른 주제들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유지형 학생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학과)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과 폭넓은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토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가졌던 기존의 사고의 틀 안에서 벗어나야 하고, 때로는 충분한 배경지식 없이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Human 3.0 프로젝트는 내게 큰 기회였으며 자극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나의 지식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사고의 폭을 넓혀가고 그 틀을 유연하게 할 수 있게 해 준 배움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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