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상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나노융합전공)
이달의 인물 5문 5답에서는, 지난해 빗방울을 이용한 전기생산 기술로 국내 방송은 물론 (미)워싱턴포스트지에 소개되며 세계적 관심을 모은바 있는 나노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신기능소자 개발의 개척자이자 관련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연상 교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연상 교수는 현재 융기원 친환경전지기술연구센터장과 융대원 융합과학부 나노융합전공의 교수로 Nano Matrix Lab을 이끌고 있다. 주요성과로는 빗방울로 전기생산을 가능케한 신기능 에너지 수확소자, 투명 디스플레이 다이오드 소재, 친환경 압전 에너지 수확소자, 산화물 박막 트랜지스터등이 있다.
1. 융기원, 융대원과 인연을 맺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융기원,융대원에 오기 전에는 MIT에서 Post-doc생활을 했고, 그 이후에는 ISN이라는 미국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했어요. ISN은 911테러 이후인 2001년에 설립된 연구소이며 외부 위협을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곳인데요, 여기에서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화학 센서 개발연구, 센서 플랫폼 연구를 했었죠.
그리고 나서 이화여대 화학과에 부임했죠. 5년동안 이대에서 교수직을 맡으면서 패터닝, 바이오칩, 플랫폼 연구를 하다가 문득 연구 방향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쪽으로 넓히게 됐었어요. 한국사회에는 아무래도 전자산업이 발달되어 있다보니까 그쪽에 관심이 많고, 제가 맡았던 여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취업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었죠. 그런데 연구를 하다보니 재미있어져서 나중에는 디바이스 연구를 메인으로 가져오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지배적이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랩이 개방적 구조를 가졌으면 해서 연세대 백홍구 교수님과 공동 랩 형태로 랩을 함께 운영했었어요. 그래서 연대 학생들이 제 지도를 받기도 했었고, 제 학생들이 백홍구 교수님 지도를 받기도 하고 하면서 함께 섞여 연구했던게 시너지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좋은 결과도 많이 냈었고,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2. 융기원과 융대원은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서울대 융대원이 개원한다는 이야기는 2008년 12월에 듣게 됐었어요. 박사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이홍희 교수님께서 ‘융대원이 생기는데, 가서 해보면 어떠겠냐’고 추천해주셨는데, 당시에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 서울대에서 새로 생기는 조직이 매력적이지만, 이대에서 5년간 자리를 잡아왔고, 또 열심히 연구하던 때라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게 망설여졌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40세가 되기 이전에 또 다른 도전을 해보는게, 본인이 뭔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셔서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 융대원에 오게 되었어요.
고민 끝에 오게 된 융대원에서는, 상당히 우수하고 도전적이었던 1기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새롭게 시작하는 자리에서 인생의 또 다른 인연들을 맺게 되었네요.(웃음)
3. 요즘 주로 관심을 갖고계신 연구분야는 어떤 분야인가요?
현재 연구의 초점은 계면공학, 즉 인터페이스 엔지니어링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것은 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학문적으로 탐구한 다음, 응용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죠.
주요 분야로는 디스플레이용 디바이스, 디바이스 소재,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및 저장(Super capacitor, Battery), 배터리, 나노 와이어(투명 전극 사용을 위해), 메탈 잉크를 위한 나노 입자 합성 등이 있어요.
이처럼 여러가지 분야가 있지만 각각의 분야가 다 저마다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인터페이스 엔지니어링에서는 각각의 응용분야의 계면을 보고, 거기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본 다음 의미있는 것을 산업에 적용하는 연구를 해요. 또,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를 연구해서 얻은 의미있는 결과는 '빗방울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로 작년 4월, 워싱턴 포스트 같은 해외 저널들에 실리기도 했었죠.
최근 진행하는 연구인 다이오드는 전자소자의 기본이 되는 것이에요. 사실, 전자소재의 기본이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인데요, 다이오드가 기본적인 소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많이 안 되어왔었어요. 특히, 기존 실리콘 기반 다이오드, 70년대의 터널링 다이오드 이후로는 연구가 정체 되어있었는데, 얼마 전에는 새로운 다이오드 소자를 제안해서 좋은 결과를 거두고 올해 4월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어요.
현재는 전자부품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서, 실용화 쪽은 그 쪽에서 담당해서 연구를 하고, 연구실 쪽에서는 Origin한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형식으로 실용화 되는 연구가 많다보니, 현재 학생들 중에 삼성이나 LG 디스플레이에서 파견나온 학생들도 있고, 산학 장학생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소자와 소재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디바이스의 소재와 인터페이스를 보기 위해 학계와 산업계를 넘나들기도 하며 연구하고 있어요.
4.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융합은 ‘문제중심 사고’에요.
흔히, 미국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과 우리나라에 있는 대학을 비교했을 때 사람들은 논문과 수상실적을 많이 비교하고 떠올리는데,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님 말씀처럼 사실 미국의 대학들은 현실의 중요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어요. 이게 가장 현재로썬 가장 다른 점이죠.
현실의 어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먼저 정의하고, 생각하다보면 내가 가진 것 이외의 전문성이 필요해질테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융합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마디로 현실의 중요한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잘 푸는 행위가 융합인 셈이죠.
5. 학생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어떤 학생을 만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스페셜리스트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학은 스페셜리스트를 키우는데 집중했었고, 지금까지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성공적으로 우리나라가 성장하는데 이바지하였습니다. 다만, 현대에 들어와서 스페셜리스트가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문제를 풀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창출하는데 있어서, 한 분야의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로서는 당황하고 어찌할 줄 모르는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자기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그랬었죠. 하지만 혁신이라는 아이콘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들 모두가 한 분야만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니었어요.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도 한 두 가지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잘 조직화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에요.
저는 학생들이 본인의 분야에서 한 두가지의 전문성을 분명히 갖고,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빠르게 파악하며 새로운 물건들로 혁신적 시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해요. 그러면 사회에 나가서도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거고, 세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 생각해요.
※ 바쁘신 일정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연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정리 : 지현수 기자 hyun_you_@naver.com)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