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9일 금요일

유기 반도체소자 분야의 전문가, 김창순 교수를 만나다



 
김창순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나노융합전공)


1. 교수님 안녕하세요! 융대원 교수로 부임하시기 전에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융대원에 오시기 전, 어떤 삶을 사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전자공학과로 대학원에 진학했죠. 프린스턴으로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은, 전자과임에도 불구하고 응용물리학쪽 교수진이 많았던 것인데요,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물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프린스턴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웃음)

  당시에는 지도교수를 정하지 않은 채로 대학원에 진학했었는데, 지도교수 선정제도가 한학기 동안 랩들을 쭉 둘러본 후 두번째 학기에 지도교수를 정하는 형태였거든요. 그래서 여러 랩들을 둘러보며 고민하다가 유기물로 전자소자를 만드는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대부분의 전자소자들이 실리콘과 같은 무기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곳에서는 유기물로 실험하는게 신기했고 또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이다보니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98년도에 실험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유기물로 전자소자를 만든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게 상업화가 될까?”라고 회의적으로 얘기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유기물이 산소나 공기중의 수분과도 반응하고, 무기물에 비해 약해서 소자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도 짧아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었죠.

  아마 그때는 유기물로 되어있는 OLED(유기발광소자)와 같은 것이 현재처럼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와닿게 될지를 감히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빨리 변하기도 했고,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미래기술로 믿고 투자하고, 에너지를 쏟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인연은 어떤 계기로 맺게 되셨나요?


  박사를 마친 이후, 포스트닥 과정을 밟을까 회사를 갈까 고민을 할 때에도 저는 ‘흥미롭게 여겨지고, 새로워 보이는 쪽’을 선택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닥 과정동안 박사과정 동안의 전공분야에서 더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실적을 쌓아서 경쟁력을 키우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그런 면에서는 저는 보편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거죠.

 포스트닥 과정에서 3년 정도 원자 이온 기반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만드는 연구를 하다가, 융대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나노융합분야 교수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는 조금 다른 두 분야를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하게 되었죠. 융대원에 올 때에는 박사과정 동안 연구했던 소자, 그리고 포스트닥때에 연구했던 시스템 관련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기술적 컴포넌트를 가지고 시스템을 만드는 융합연구를 목표로 했어요. 하지만 시스템 연구 특성상 아무래도 스케일도 크고, 리소스도 많이 들기 때문에 현재는 학교에서 더 잘 연구할 수 있는 전자소자에 더욱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3. 교수님 랩에서는 물리, 전자, 재료 전공베이스를 가진 학생들이 소자물리, 나노광학 등을 접목하여 융합적인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주력하시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가요?


  옛날에 비해, 지금은 OLED가 상업화가 되어 갤럭시 같은 스마트폰에도 들어가고 TV도 만들고 있죠. 하지만 효율 향상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기존에 있는 공정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소자를 만들어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죠.

 또한 유기반도체를 사용한 태양전지와 관련한 연구도 하고 있어요.  OLED는 전기에너지를 통해 빛을 방출하는 소자이고, 태양전지는 반대로 빛 에너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소자이니 둘 사이의 연관이 많습니다. 그리고, 소자개발 측면으로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테라헤르츠파 관련 소자도 연구하고 있어요.



4.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이란 무엇인가요? 또, 앞으로 융복합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저의 경우에는 원래 대학원때 전공이 ‘유기반도체 소자’입니다. 이 분야는, 자연과학과 공학 내에서의 융합이 필요한 분야죠. 융합이란 다학제적 연구와 멀지 않은 단어에요. 사실 다학제적 연구는, 지금처럼 융합이라는 단어가 이슈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수행되어 왔거든요.

 제가 하는 것처럼 유기물로 구성된 전자소자를 연구하는 것은 ‘화학’, ‘전자공학’, ‘광학’ 등 이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한 도메인의 기술만으로 해결이 힘든 분야라는 거죠.

 현재는 전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융대원에서도 화학자, 전기공학자, 기계공학자, 컴퓨터 공학자, 음악 공학 전공자 등의 연구자들이 같은 생활반경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요. 환경적으로 같이 어울리는 구조이다보니, 수업을 같이 듣고 친해져서 다른 분야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어울리게 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죠.

 융대원 자체가 학생들에게 융합적인 기회를 많이 주고, 융합에 대한 사고를 많이 하게 하니까 학생들이 자기분야에 매진하는 것 뿐 아니라 시각을 넓혀 관점을 넓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어요. 여러 도메인의 학생들이 모여 그랜드 챌린지와 같이 범세계적 문제를 고민하기도 하구요. 앞으로의 융합연구는 이런 측면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해요.


5. 융대원 학생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어떤 학생을 만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과학이나 공학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데에도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믿음이라는 단어 자체는 어떻게 보면 과학적이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지만, 이러한 분야의 연구를 하는 데에도 믿음이 필요해요. 소위 '대박을 친 연구'들 조차도 초창기에는 상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자기가 개발한 기술 또는 발전시키고 있는 기술이 궁극적으로 상업화가 되고 세상을 바꿀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습니다.저는 우리 학생들이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해요.

그리고, 저는 융대원 학생들이 연구와 공부의 차이점을 알고 대학원 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공부는 이미 알려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연구는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원은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이고 연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는 곳입니다. 대학원 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학부생들도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면 더 만족스러운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러모로 바쁘신 와중에, 시간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창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및 정리 : 지현수 기자 hyun_you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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