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의 새겨울 ㅣ 김태훈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2015년 동계인턴에 참여한 김태훈 학생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현재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석사 1학기 MARG랩) 


주위 대부분의 친구들이 4학년이 되어 자신의 진로를 확정하고 깊이를 더해갈 때, 저는 오히려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뭔가 확실히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하지만, 제가 진학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쪽은 솔직히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진로를 성급하게 결정하기 싫어서 넓게 보면서 다시 처음부터 생각하기로 했고, 음악기술과 관련된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싶어 정보를 찾던 중 이교구 교수님 연구실과 융기원 소속 연구센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제게 가장 잘 맞는 경험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보 검색만으로는 갈증을 느껴 꼭 방문해 보고 싶던 차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동계 인턴 모집을 알게 되어 지원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기술 연구센터에 일하게 되었고, 이교구 교수님이 지도하에 있는 연구원분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연구센터에 들어갔을 때, 제가 이전까지 생각하던 연구실의 모습과 크게 다르고 신기한 물건도 참 많아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밴드에서 활동할 때 제가 사고 싶어 했던 건반과 헤드폰들, 다양한 종류의 컨트롤러, 초음파 센서와 VR 장치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들이 한데 모여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음악과 오디오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랙티브한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교수님을 비롯해 연구실 선배님들 모두 진심으로 멋있고 트여 있는 생각을 하시는 세련된 분들이었습니다.

인턴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에는 사실 겁을 많이 먹고 있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들과 함께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자, 저는 빠르게 센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머물게 된 곳은 융기원 본관 2층에 위치한 융합베이스캠프로, 이름답게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기술들로 무장한 곳이었습니다. 최첨단 3D 프린터와 최고급 스피커들 사이의 널찍한 공간에서, 미디어기술과 관련된 것들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LG 스마트워치를 시연해보는 모습

처음으로 도와드리게 된 프로젝트는 ‘스마트워치 관련 인터랙션 선행연구’였습니다. LG전자에서 의뢰한 주제로, 삼성, 구글, LG, 소니 등 굵직한 회사들에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스마트워치 기술 개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인식률이 높고 참신한 제스쳐 인식 인터페이스 기술을 제안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LG에서 지원해주는 최신형 스마트워치를 받아 실제로 사용해보며 불편한 점을 List up 하고 센서 기술에 대한 논문들을 읽으며, 실생활에서 의미 있고 편리하게 쓰일 만한 제스쳐를 고안하고 그에 맞는 센서 기술을 찾아보는 과정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선배님들이 실제 동작을 위한 프로토타입 제작 후, 인식률이 좋고 현실적인 적합한 제스쳐들을 추려내어 최종 제안을 하셨습니다.

▲Canvasynth 프로젝트의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모습

두 번째로 하게 된 일은 Canvasynth라는, 인터랙티브한 사운드를 구현해주는 참신한 BK프로젝트였습니다. 현대에는 악기 없이 컴퓨터만으로 Oscillator를 이용해 다양한 사운드 소스를 만들어내고 음색을 변화시켜 합성하는 등 여러 부가적인 작업을 통해 전자음악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로 만들어진 사운드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실의 선배님 두 분께서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적합한 인터랙티브한 사운드 인터페이스를 고안해 개발 중이셨던 것이 바로 Canvasynth입니다. 사용자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대로 소리를 내주는 것인데요, 기존의 전자악기 인터페이스는 진동수나 파형을 컴퓨터로 설정해서 소리를 냈기 때문에 대중들이 친근하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Canvasynth는 종이(Canvas) 위에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사진으로 찍으면 컴퓨터가 소리의 요소들을 자동으로 인식해 내가 그린 그림에 해당하는 사운드가 재생되는 원리로, 소리의 발생, 파형에 따른 음색 변화 등의 원리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사용자마다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그릴 텐데 기계학습을 통해 Sound source, Filter, ADSR(소리의 특성)을 구분해 받아들여, 누구나 손쉽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밖에 융합기술 연구체험을 온 과학고 학생들에게 선배님들이 전자음악 강의를 해주시는 것을 옆에서 도와드리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관심 있던 분야인 기계학습, 음악 추천 시스템에 대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학습은 연구실에서 다루는 전반적인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에 매우 유용한 기술이고, 음악 추천 시스템은 앞으로 연구해볼만한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 분야라서 흥미롭게 공부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스터디그룹들이 존재하고, 능력자 선배님들이 계셔서 얼마든지 원하는 파트를 공부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무척 이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공부하고 싶은 분야들을 잡고, 비록 미미한 도움이나마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융기원의 분위기 덕분입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면서 모두의 참여를 존중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발대식이 끝인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 브라운백 세미나를 통해 다른 연구센터의 연구 분야도 들을 수 있는 것과, 카페가 운영되어 다양한 배경의 각 연구실의 인턴들이 한데 모여 얘기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것은 크나큰 혜택입니다. 관심 있는 연구실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만도 엄청난 행운인데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나 다른 연구센터의 생활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프로그램이 되어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선물들을 꾸준히 받았던 행복한 나날들입니다.

4학년이 되어 진로 고민 문제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좋은 환경에서 생활을 하게 되니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주말에 연구실 MT에도 함께했고, 다른 연구센터의 인턴들과 식사 자리도 마련되어 학술적인 부분 이외에도 감사한 부분이 많았습니다.인턴 생활을 통해 제 진로에 대해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고, 같은 계열로 진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게 된 후, 현재 저는 이교구 교수님의 음악오디오연구실에 석박통합과정으로 재학 중입니다. 여태까지 큰 아픔과 큰 고민 없이 살아왔던 제 인생에 가장 어두운 나날들이 될 수도 있었던 시기. 가장 밝은 빛으로 바꿔주신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동계 인턴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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